제한상영관이 들어서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가 등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는 21일 북한영화 「동물의 쌍붙기(원제 동물의 번식)」에 대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결정했다. 영등위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긴 것은 지난 1월 26일 개정 영화진흥법의 등급분류 규정에 제한상영가 등급이 신설된 이후 처음. 그러나 제한상영관 설치기준 등을 담은 영화진흥법 시행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대통령 재가를 남겨두고 있어 사실상 영화를 상영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 또한 제한상영관을 운영하겠다는 사업자도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어당분간 법과 현실의 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등급을 신청한 나래필름(대표 정한우)은 제한상영관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거나 필름을 수정해 재심을 신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영등위는 "법 규정과 심의기준에 따라 등급을 결정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문화관광부에서도 "시행령 작업이 다소 늦어졌으나 제한상영관 운영 희망자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법안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한상영관이 일반 상영관과 한 건물에 들어갈 수도 없고 일반 영화와 함께 상영할 수도 없도록 돼 있어 제한상영관 운영 희망자가 없을 뿐 아니라, 비디오 출시를 금지하다보니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상영하려는 제작자나 수입업자도 없기 때문이다. 나래필름의 정한신 이사는 "사실상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하는 영등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칸영화제에 참석한 정한우 대표 등이 돌아오는 대로 대책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조선과학영화촬영소가 제작한 「동물의 쌍붙기」는 각종 동물의 짝짓기를 생생하게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 북한의 지상파TV에서도 일부 소개됐으며 수출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판권을 수입한 나래필름은 지난해 8월 영등위에 외국 비디오물로 수입 추천을 신청했다가 불가 판정을 받자 통일부의 반입 허가를 거쳐 그해 11월 국내 비디오물로 등급분류를 다시 신청했으며 4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나래필름은 290분 분량 가운데 5분 가량을 잘라내고 이번에는 극장용 영화로 등급분류를 신청했으나 제한상영가 등급 1호를 기록해 극장 상영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