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영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46)의 첫 내한공연이 다음달 8일 오후 8시와 9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케네디의 내한 소식은 그동안 음반을 통해서만 들어온 그의 빼어난 연주력과 외신으로 간간이 접해온 독특한 무대매너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펑크족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과 한쪽 귀에 낀 귀고리, 연주복이 꼭 상복같다며 다른 옷을 고집하고 종종 군복을 입기도 한 일, 심각한 연주 뒤 객석을 향해 던지는 어이없는 농담 등 그의 숱한 기행은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늘 화제가 됐다.


해외 언론들은 그에게 '앙팡 테리블(악동)'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지만 케네디를 단순히 기행으로 화제를 끄는 음악가 정도로 치부한다면 큰 오산이다.


런던 메뉴인 음악학교와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케네디는 21세 때 런던 페스티벌홀에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1985년 발표한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으로 그라모폰 대상을 수상,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결정적으로 띄운 것은 1990년에 발표한 비발디의 「사계」 앨범이다.


전세계적으로 400만장 이상 팔리면서 기네스북에 클래식 음반사상 최고 판매기록을 남긴 이 앨범은 이전까지 '온화하고 경쾌한 리듬'을 중시하던 「사계」를 높은 피치의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리듬으로 연주해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92년에는 느닷없이 클래식 음악 연주를 중단하겠다고 밝혀 또 한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리타분한 형식주의를 강조하는 클래식계에 대한 반발과 평소 재즈, 록 등에도 애착을 가졌던 그가 새로운 연주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시간을 갖기 위한 결단이라는 설이 유력했다.


약속은 꽤 길게 지켜졌는데, 실제로 그는 97년 런던에서 있은 'EMI 창립 100주년 기념콘서트'를 통해 복귀하기까지 5년간 일절 클래식 공연을 하지 않았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정통 클래식인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수록한 음반을 EMI 레이블로 발표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클래식 공연을 갖는 등 클래식쪽에 좀더 무게를 두고 활동중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KBS 교향악단과 협연으로 그를 상징하는 레퍼토리인 비발디의 「사계」 전곡과 92년 그가 클래식계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 501-5330.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