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에는 향수가 배어 있다. 깊이 모를 심오함도 담겨 있다. 사진작가 이정수씨의 개인전은 흑백사진의 또다른 묘미를 느끼게 한다. 오는 1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금강산의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 40여점이 나온다. 금강산은 그동안 수많은 사진으로 전시장에 나왔다. 만물상, 해금강, 구룡폭포,귀면암 등이 두꺼운 베일을 벗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런 만큼 신비감이 다소 사라진 느낌도 없지 않다. 컬러사진은 흔했으나 흑백의 미묘함에 젖어볼 수 있는 사진은 의외로 드물었던게 사실. 이씨의 작품은 수묵회화의 분위기를 렌즈 안으로 끌여들여 더욱 빛난다.단순한 사진이라기보다 회화적 은유가 넘쳐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깊이를 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 5년간 30여 차례나 금강산을 찾았다. 2000년 한해에는 무려 15차례나 그곳의 계곡과 능선을 오르내렸다.그러면서 보통 관광객이 가보지 못한 곳까지 촬영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 결과 금강산 사진전을 이번까지 4차례나 여는 '금강산 작가'가 됐다. 지난해11월에는 금강산 입구 장진항 온정리의 온정각에서 남한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개최하기도 했다. 현대아산 주최의 이 전시는 금강산 관광 3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하도 자주 금강산을 오르는 바람에 북측 안내원들로부터 한때 의심까지 샀다고이씨는 귀띔한다. 카메라를 메고 곳곳을 찍어대는 행동으로 봐 혹시 수상한 사람이아니냐는 것이다. 더구나 금강산 인근에는 군사시설이 많다. 이씨는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인 금강산의 비경은 남북화해와 교류의 한 상징"이라면서 "월드컵 대회를 맞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싶다"고 말한다. 그는 남북이 분단된 1945년에 태어났다. ☎ 734-0458.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