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코드, 경첩, 벨트, 단추. 이 물건들은 분리공간을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닮았다. 불통을 소통으로 이끌어 함께 호흡하고 관계하게 하는 것이다. 갈라진 땅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다. 미술전문MC 또는 미술서 저자로 잘 알려진 한젬마씨가 이번에는 작품으로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파고든다. 27일부터 4월 9일까지 서울 소격동 금산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한씨는 두번째로 개최하는 이번 개인전에 시리즈를 내놓는다. 작가는 '관계'와 '소통'은 작업 주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상호개방하고 포용하려는 자신의 인생관이 반영돼 있다는 것. 그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물건들로 관계망의 의미를 찬찬히 들여다보려 한다. 관계와 소통을 떠난 삶은 무의미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작가는 친숙한 오브제로 주제를 다양하게 관철한다. 관계와 소통은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겨냥한다. 시공의 거리도 관계와 소통 앞에 무기력하다. 그는 찢긴 캔버스를 깁거나 지퍼로 연결시킨다. 지퍼나 벨트같은 오브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전시는 작품과 관객, 작가와 관객, 관객과 관객이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씨는 전시기간 내내 그림을 설명해주며 관객과 대화하고 교감한다. 방송과 저서로미술과 대중을 이어왔던 그의 평소생활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관람시간이 오후 9시까지라는 점도 이채롭다. 저녁시간에는 지인들인 김명곤(국립극장장), 임옥상(화가), 윤석화(연극배우), 장일범(음악평론가)씨 등이 차례로 나와 전시장 지킴이 역할을 한다. 전시는 한씨의 홈페이지(http://artjemma.com)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