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오브제 작가 전광영(58)씨가 더욱 새로워진 양식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전씨는 27일부터 4월 27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집합(Aggregation)'전을 열어 지난해와 올해 제작한 신작을 내놓는다. 전씨는 1990년대 들어 시작한 한지 오브제 작업이 해외에서 각광받으며 일약 대가급 작가로 떠올랐다. 최근작은 사각의 캔버스 형태를 벗어나 부채꼴이나 사다리꼴 모양 등 유연한 곡선미와 예리한 대각선을 과감히 시도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규범적 틀에 갇힌 그림이 아니라 화면에서 나오는 리듬에 따라 그림 외곽이 결정되는 유동적 조형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이와 함께 치자색, 녹차색, 오미자색이 중심이 됐던 기존작과 달리 살구색 등현대적 미감의 밝은 색채를 끌어들였다는 점도 눈길을 모은다. 작가는 다양한 농도와 채도의 전통염료를 사용해 화면을 더욱 세련되게 변화시켰다. 전씨는 한약방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약재 봉지에 대한 유년기 기억에서 영감받아 지금의 한지작업을 하고 있다. 고서의 한지에 스티로폴 덩어리를 넣어 작은 삼각 모형으로 싼 다음 이를 한지 끈으로 묶어 화면에 차곡차곡 부착해가는 것. 100호짜리 작품의 경우 이런 한지모형이 7천개에서 8천개 가량 들어간다. 그는 "사각 화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자 이번에 변화를 꾀했다"면서 "작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가 이 전속작가의 개인전을 마련하는 것은 광주비엔날레(29-6월29일) 개막에 맞춰 국내외 미술계인사들에게 전씨의 근작을 소개하고자 해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깝던 전씨는 해외 아트페어에서 예술적 독창성을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인기작가로 부상해 요즘은 가장 바쁜 화가 중 한 사람이 됐다. 지난해에 국립현대미술관에 의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것은 그의 위상을 단적으로 가늠케 한다. 그는 국제갤러리 전시 이후 미국 조지아주의 콜럼버스 미술관 등에서 잇따라 전시회를 갖는다. 전씨의 작업은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조형논리를 동시에 소화해 한국성과 세계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한지 오브제로 그만의 창조적 형상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