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는 정말 부당합니다. 여자는 전남편의 허락 없이 자기 아이를 새 호적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출산에 따른 8개월의 공백을 깨고 1인극 (3월 30일-4월 28일, 유 시어터)로 무대에 오르는 배우 채시라씨가 '호주제'에 발끈했다. 두 차례 이혼으로 각각 성(姓)이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의 삶을 다룬 이 연극을 연습하며 채씨의 '페미니즘'이 발동한 것이다. "호주제와 관련한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정말 여자로서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제일 부당한 것은 전남편의 허락 없이 자기 아이를 새 호적에 올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남자들은 여자 허락 없이 마음대로 올릴 수 있지 않습니까" 현재 가족법은 이혼한 여성이 자녀의 친권자라도 자녀를 자신의 호적에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여성은 재혼시 현남편과 전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자녀를 자신과 같은 새 호적으로 옮길 수 있다. 채씨는 연극의 구체적 줄거리를 예로 들며 비판을 계속했다. "아이의 성이 제각각 다르다보니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서도 이상하게 취급받습니다. 그런 시선들이 아이들에게 상처와 차별을 주는 겁니다" "혹시라도 그런 처지에 있는 다른 아이들이 차별의 시선을 받지 않도록 내 자식을 잘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채씨는 작년 7월 7일 딸을 출산했다. 사실상 대본작업 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는 채씨는 연습에 몰두하면서 "이 땅에서 이혼녀로 살아가는 것은 고통"임을 절감했다고 한다. 채씨가 분한 '강인혜'는 이혼한 뒤 직장을 구하려 몸부림을 치며 취직 면접시험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애들 성이 제각각인 것을 두고 "그것 참 재미있네" "이혼말고 무슨 경력이 있느냐" 등의 사회적 냉대를 온몸으로 겪는다. "처음에는 이혼하지 말고 그냥 잘 살아보지 하는 생각에 주인공을 보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푸대접에서 '아버지가 없으면 어때, 내 아이 내가 잘 키울 거야'라는 마음을 먹는 강인혜에 공감하게 됐습니다" 채씨는 그러나 "이번 연극이 결론이나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지는 않으며 다만 호주제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시사를 주는 정도"라며 "해석은 관객에게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는 80분짜리 공연이다. 30대 여자배우가 1인극에 도전한 것은 채씨의 경우가 처음이라고 한다.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탓이다. 채씨는 서울과 지방 공연을 끝낸 뒤에는 다시 재충전하며 일정 기간 육아에 몰두할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