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극장가에 '4색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장르도 다양해 정통 고딕 호러에서부터 사이코 스릴러, 액션 스릴러까지 저마다 다른 빛깔을 지닌 영화 4편이 이번 주와 다음 주에 걸쳐 선을 보인다. 15일 개봉할 「프롬 헬」은 1888년 영국 런던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범잭 더 리퍼의 실화를 담고 있다. 무대는 런던의 뒷골목 화이트채플. 밤의 꽃인 아름다운 창녀들이 참혹한 모습으로 하나씩 살해되자 흥청대던 거리는 순식간에 공포로 뒤덮인다. 꿈 속에서 범인을알아내는 영감을 지닌 조사관 프레드 애벌린은 엄청난 힘이 살인마를 비호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절망에 빠졌다가 아름답고 슬기로운 창녀 메리 켈리의 도움을 받으면서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19세기 고딕풍의 거리 풍경과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애벌린으로 등장한조니 뎁의 연기도 볼 만하다. 그러나 메가폰을 잡은 앨버트 휴즈와 앨런 휴즈 형제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무게와 99년 출간된 원작만화의 인기에 눌려 인상적인 결말을만드는 데 실패한 느낌이다. 같은 날 간판을 올릴 「돈 세이 워드」(감독 게리 플레더)는 액션과 사이코가결합된 스릴러물. 1991년 미국 뉴욕의 한 은행에 6명의 강도가 침입해 1천만 달러짜리 붉은 다이아몬드를 탈취한다. 두목인 패트릭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보석 주머니를 열어보다가 공범 버로가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정신과 개업의 네이선은 정신병원으로부터 긴급호출을 받고버로의 딸인 엘리자베스를 진찰한다. 이튿날 패트릭은 네이선의 딸을 납치한 뒤 네이선에게 엘리자베스가 기억하고 있는 6자리 숫자를 알아내라고 협박한다. 붉은 다이아몬드를 찾는 열쇠가 바로 6자리 숫자인 것이다. 초반의 갱스터 활극에다가 중반 이후 심리극과 유괴극의 조합이 비교적 짜임새를 보이고 있다. 헤로인인 브리트니 머피(엘리자베스)는 마이클 더글러스(네이선)와숀 빈(패트릭)의 중후함에 눌리지 않는 당찬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마지막의 반전이 약해 마이클 더글러스의 명성만 믿고 수작을 기대했던관객들은 다소 실망을 느낄 만하다. 22일에는 독일의 사이코 스릴러 「엑스페리먼트」(감독 올리버 히르쉬비겔)가뒤를 잇는다. 2주간의 모의감옥 실험에 참가해 죄수와 간수 역할을 시작한 20명의 남자들이초반에는 장난에 가까운 신경전을 벌이다가 5일 만에 발작을 일으키고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것이 기둥줄거리. 제복과 집단의식이 만들어내는 인간 내면의 광기를 섬뜩하리만치 생생하게 그려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데 이어 메가필름페스티벌에서는 압도적 지지로 관객상을 받았다. 같은 날 나란히 개봉되는 「세션 나인」(감독 브래드 앤더슨)은 폐허가 된 미국매사추세츠 주립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작품. 고딕 호러 분위기를 띤 사이코 스릴러물이다. 건물 해체업자인 고든과 빌은 1984년 폐쇄된 정신병원의 골조만 남기고 내부를깨끗이 해체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고든 팀은 1주일 만에 마치겠다는 약속을 하고작업을 시작하는데 한 여인의 진료기록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발견하면서부터 이상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다. 배경만으로도 공포감을 자아내는 완벽한 무대미술 덕에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하드 고어 장면 없이도 충분히 오싹한 전율을 즐길 수 있다. 정신병원에 수용됐던 환자의 비밀과 등장인물의 사적 관계가 얽혀 만들어내는 이야기 전개도 돋보인다. 비슷한 톤으로 긴장이 유지되는 탓에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도 적지 않을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