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양화선씨가 회화적 분위기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양씨는 1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水ㆍ木-생명의 뿌리'전에 물과 식물 소재의 조각 20점을 내놓을 예정. 그로선 1996년 이후 6년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유년시절 고향 마을의 산길과 흙담에 양씨 작품의 태가 묻혀 있다. 그 때문인지1980년대 후반 흙냄새 물씬 풍기는 작업을 보여줬고, 90년대에는 물과 바람과 구름의 자연적 순환에 관심 기울였다. 이번 출품작은 생명의 근원인 물과 식물에 초점을 맞췄다. 산수 개념을 조각적으로 재해석해 심상(心狀)을 묘사함으로써 대상의 재현이라는 전통적 조각관에서 벗어났다. 자연적 소재는 거대도시의 이미지와 상반된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물과 식물같은 생명성을 희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작품이 단순한 향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체험과 관련이 있다. 특히 물은 남편(조각가 전국광)의 삶을 앗아간 죽음의 이미지와도 겹친다. 양씨의 예술적 동료였던 남편은 1990년 8월 경기도 양평 한강에서 가족과 함께 물놀이하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숨졌다. 이번 출품작은 작가가 아픔을 세월의 물결에 묻고 일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선한 자연의 이미지가 생동하는 봄기운과 함께 밝게 다가오는 것이다. '조각으로그려낸 풍경화'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들은 관객에게 섬세한 정감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 736-102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