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광택씨는 삶에서 만나는 스산함과 헛헛함의 허방다리를 이상향의 추구로 훌쩍 건너뛰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는 중국 유학길에서 얻었던 경험도 녹녹하게 담겨 있다. 19일부터 3월 4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는 개인전.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 등을 출품한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온 이씨는 중국 쓰촨(四川)미술학원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전시작 중에는 봄을 묘사한 그림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한겨울 칼바람이 여전히 날카로운 2월 하순이지만 그의 작품에는 개나리꽃 화사한 봄의 기운이 이미 따스하게 맴돈다. 그러나 작품은 단순히 계절로서의 봄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세상 인심의 왁살스러움이 미친 개같은 냉락한' 세파를 딛고 영혼의 안식처를 구하려는 소망이 알알이 박혀 있다. 모든 출품작이 작가의 중국유학시절에 그려져서인지 이런 고독감은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의 이상향은 뭉게구름밭 한가운데에 두둥실 떠 있기도 하고, 푸른 수풀 무성한 청산에 함초롬히 앉아 있기도 하다. '촉수 낮은 노란 전등불빛이 운치로 얼룩지는 '시장통의 만두가게와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맨바닥에 펼쳐진' 길거리 중고서점등 중국에서 만난 풍경 또한 남루하지만 훈훈한 온기와 해학을 담뿍 선사한다. 작품도 작품이려니와 이씨가 도록에 쓴 두 편의 글도 가슴을 뭉클하게 휘어잡는다. 작가는 '나의 이상향'에서 "돈이 제갈량인 이 물질만능의 시대에서 적빈(赤貧)만이 집 안팎에 스산스러움으로 가득할 때 나는 이상향을 그린다"면서 "번민과 희열이 동반하는 창작이 있기에 아직도 세월을 목에 감고 견디어 나가고 있다"고 들려준다. '만두가게 2인'에서는 "산다는 것 자체가 마치 '비에 젖은 옷을 억지로 껴입는 것처럼 힘든 일'인 것같다"고 상기시킨다. ☎ 736-4371.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