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어요.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너무 좋은 걸요. 오랫동안 연기생활을 해오신 대선배들도 이런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잖아요." 제52회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밤(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나쁜 남자」(감독 김기덕)의 헤로인 서 원(21)은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눈으로 보았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의 네번째 영화 「섬」에서 다방 종업원으로 등장했던 그는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이 영화에서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양미술사 교재를 들고 다니는 청순한 여대생에서 하루 아침에 매춘부로 전락해 뭇남성들에게 웃음을 파는 연기를 그야말로 온몸을 던져 해낸 것이다. 1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배역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느냐",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역할을 준비했느냐"는 등의 질문이 던져졌다. "여주인공 선화 역을 해보고 싶어하는 배우가 많았지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얻게 된 것에 감사해요. 제의를 받자마자 힘은 들겠지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걱정이나 후회 같은 것은 전혀 없었어요." 용산역 앞의 창녀촌에 들러본 것 말고는 따로 준비를 하지도 않았고 감독과 연기연습을 해본 적도 없다고 한다. 감정 몰입을 위해 촬영기간 내내 주변사람과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다는 그는 "다만 선화의 아픔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선화가 되도록 노력했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현재 뮤지컬아카데미에서 수학중인 그는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는 조재현 못지 않게 김 감독과의 인연이 깊다. 김 감독은세번째 영화 「파란 대문」의 여주인공 오디션에 참가한 서 원을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기성배우를 캐스팅하기로 방침이 바뀌자 전화를 걸어 "이번엔 미안하게 됐지만 언젠가는 꼭 같이하자"고 약속했다. 그 뒤 「섬」에 캐스팅한 데 이어 「실제상황」 때도 출연을 제의했으나 서 원이 정중히 사양했다. 「나쁜 남자」가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자 서 원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의 조도도 훨씬 높아졌고 출연 제의도 쏟아지고 있다. "선화의 이미지와 비슷한 배역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많아 선뜻 내키지가 않아요.내가 하고 싶고 내게 맞는 역할이면 연극이든 TV 드라마든 가리지 않고 해볼 생각이에요." (베를린=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