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무대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 1일부터 뮤지컬의 본바닥 런던에서 교민들의 열렬한 성원속에 개막한 뮤지컬 명성왕후가 현지 언론의 냉담한 반응으로 국제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영국 언론은 자신들의 표현대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런던 뮤지컬 무대를 찾은 서양식 뮤지컬 명성왕후에 대해 우선 내용이 극도로 반일적인 것이어서 한.일 양국이 공동개최하는 월드컵대회 문화행사로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스토리 자체가 뮤지컬로서는 너무 무겁고 복잡한데다 영어번역이 부드럽지 못하고 일부 출연진을 제외하고는 한국식 발음이 강해 전체적으로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웠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보통 런던에서 공연되는 뮤지컬들이 20곡 안팎으로 구성되는데 비해 명성왕후의 경우는 58곡에 달해 기억에 남는 곡이 없고 등장인물의 수도 일반 뮤지컬의 2배가넘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공연이 처음 예고됐던 지난 1월10일 이브닝 스탠더드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하는 월드컵대회에 앞서 공연되는 명성왕후가 반일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보통 월드컵대회 기간에는 국가간의 적대행위가 중단되는데 이번 대회는 불행하게도 상호관용의 정신이 발휘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민족주의적이며 반일적이라며 월드컵대회의 개막행사로 역사의 다리를 건너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연자체에 대한 혹평도 쏟아졌다. 가디언은 명성왕후 뮤지컬의 큰 문제점은 한국의 19세기 역사를 잘 알지 못하면 거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프로그램을 읽어보면 명성왕후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는 있지만 서양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58곡의 음악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었고 가사도 한국어로는 좋을지 몰라도 영어로는 뮤지컬 가사로 적절치 못했다고 평했다. 데일리 메일은 동양의 축구팬들은 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영국팬들에게는 먼나라의 재미없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음악은 영혼이 담기지 않은레미제라블 같이 들렸으며 등장인물 가운데 군인들은 머리에 휴지통을 쓰고 나타났다고 혹평했다. 악의적인 비판은 인디펜던트가 단연 압권으로 민비의 머리장식을 3개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달린 거대한 커피케익으로, 고종의 왕관을 금으로 만든 TV안테나로,세자의 관을 거대한 맥도널드 감자튀김 상자를 60㎝짜리 젓가락으로 가로질러 놓은것으로 묘사했다. 이 신문은 명성왕후가 뮤지컬이 갖춰야 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나치게 정치적인 일대기는 복잡하고 형태가 없고 비인격적이며 몇 안되는 감성적인 순간들은 민족주의와 여주인공에 대한 숭배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어이없는 광상극에 경의를"이라는 제목의 비평을 통해 명성왕후가 "뮤지컬로 알려진 나라가 아니고 사냥개가 자동전축 위보다는 식당 차림표에 나올 가능성이 더 많은 나라" 에서 온 뮤지컬이라며 한국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명성왕후가 월드컵대회 문화행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150분이라는 시간에 너무 많은 역사를 담아내느라고 한국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58곡이나 되는 노래로 이어져 기억나는 곡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주영대사관 관계자들은 현지 언론의 평가중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할 부분도있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악의적 평가도 있었다며 현지 비평가들을 상대로 사전에 한국문화를 홍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 뮤지컬이 세계무대 진출을 위한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뉴욕공연과 달리 영어로 공연을 시도했던 것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뉴욕공연에서 26억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알려진 명성왕후의 런던공연 제작비는 정부지원금 4억여원을 포함해 17억원에 이르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볼만한 공연이라는 평가를 한 것과는 달리 영국 언론들은 별 5개까지로 구분되는 추천등급 중 별 1-2개를 주는데 불과했다. 재영 교민들의 성원으로1만여장의 표가 소화됐지만 런던에서 지불해야할 수업료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