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들의 일본 무대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극단 미추의 중견배우 김성녀씨는 4월 3-11일 일본 도쿄(東京)의 하이유자(俳優座) 극장에서 공연되는 「게이오 보넨 구모(慶應 某年 雲)」에 출연한다. 한일합작 공연에 국내 배우가 출연한 적은 있지만 순수한 일본 공연에 우리 배우가 출연하기는 드문 일이다. 「벽 속의 요정」 등을 연출한 일본의 후쿠다 요시유키가 극작.연출하는 작품으로 후쿠다는 일본 공연기획사 기야마 사무소의 대표 기야마 쓰요시와 함께 김씨의 마당놀이 공연을 본 뒤 김씨를 발탁했다. 또 6월 3-13일 도쿄 신코쿠리쓰(新國立)극장에서 공연될 한일 합작 연극 「5월의 강을 건너며」에는 원로 여배우 백성희씨를 비롯, 이남희 우현주 서현철 김태화씨 등이 극중 한국인으로 출연한다. 한국에서는 이병훈 연출자와 김명화 극작가가, 일본에서는 세이넨단(靑年團)의 대표인 극작.연출가 히라타 오리자가 함께 참여한다. 히라타는 일상어를 연극언어에 끌어들이는 등 극사실주의 연극문법을 구사해온 젊은 연출가로 한국에서 1년간 유학한 바 있다. 1909년 서울에 사는 일본인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서울시민」을 발표하기도 하는 등 '지한파'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중 「서울시민」과 「도쿄노트」는 각각 93, 99년 국내에서도 공연됐다. 아울러 뮤지컬 「환타스틱스」「코러스라인」과 연극 「지피족들」「산씻김」「오적」 등에 출연했던 여배우 나자명씨도 3월 19-24일 도쿄 레퍼토리 시어터 가제에서 「레즈 시스터즈」라는 연극에 출연한다. 캐나다 출신의 유명 연출가 톰슨 하이웨이의 이 작품은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아가는 인디언들이 소수민족으로 겪는 아픔 속에서도 순수함을 지켜가는 모습을 그린다. 나씨는 이 작품에서 백인에게 강간을 당한 뒤 정신적 상처를 갖게 됐지만 인디언들의 신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한편 오나라, 이성옥, 이승민씨 등 여배우들은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3월말부터 전용극장에서 공연할 브로드웨이 뮤지컬 「콘택트」의 1차 오디션을 통과한 뒤일본에 건너가 2차 오디션까지 받고 현재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가운데 오나라씨의 출연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