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차가운 인사동 거리의 겨울, 그 한 가운데서 따스한 온정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한 동아리로 어우러지는 삶이 어떤 것인지보여준다고나 할까.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 덕원갤러리에서 열리는 서양화가 김현종(50)씨의 ''상생의 노래''전. 지금까지 두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나 이름 석 자가 아직은 미술판에 낯선 김씨의 각별한 전시회다. 전남 강진이 고향인 김씨는 1980년 광주항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은 당시의 현장에서 살아 남은 그에게 늘 무거운 부채로 남았다. 지난 전시회에서 시리즈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갈색이 주조를 이루는 김씨의 그림에는 처연한 슬픔과 한이 서려 있다. 작품 제목처럼 영원들은 이승과 저승을 춤추듯 떠돌며 해원상생을 외친다. 작품에 나오는구도자 모습은 분노와 슬픔을 녹여내려는 고행의 몸부림인 셈. 이는 젊은 날 조계산송광사로 출가했던 그의 행자승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세번째 개인전은 인사동 갤러리들이 그의 절박한 사연을 듣고 마련한 자리다. 전업작가인 김씨는 50여일째 급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 민수(14 의정부 신곡중 1년 여의도 성모병원)군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축사를 개조한 경기도 포천의 작업실에서 고집스럽게 그림만 그려온 `무명''의 김씨로선 엄청난비용을 마련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