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정상급 화가가 도쿄(東京)에서 교류전을 갖는다. 원로 서양화가 김흥수(金興洙ㆍ83)씨는 8일부터 2월 11일까지 일본 도쿄예술대 미술관에서 일본화 중진작가인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ㆍ72)씨와 나란히 전시회를 연다. 전시작은 모두 73점. 김씨는 등 25점을 출품하며 히라야마씨는 등 48점을 선보인다. 히라야마씨 작품에는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파괴한 바미안 석불 그림도 포함돼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한국전에 이은 것으로, 주최는 서울 예술의전당과 일본 국제교류기금 등이 맡았다. 도쿄예술대 선후배 사이인 두 작가가 의기투합해 대작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전시는 이채를 더한다. 김 화백이 한국 정상급 원로작가라면 히라야마 화백은 일본화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김 화백은 "이번 전람회가 한일 양국의 이해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일본 후배와 함께 모교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내건다는 것도 감개무량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화백은 도쿄미술학교(현 도쿄예술대) 졸업 후 40여년만인 1988년에 졸업장을 받으면서 히라야마 화백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미술학부장으로 있던 히라야마씨가 김 화백의 졸업장 수여에 앞장섰고, 이후 두 사람의 합동전이 추진돼 왔던 것.김 화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의 학도병 지원을 거부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일본 시코쿠(四國)에 개인 미술관을 갖고 있는 히라야마 화백은 도쿄예대 학장을 지낸 데 이어 현재 일본 유네스코 친선대사로 일하고 있으며 김 화백은 오는 3월서울 평창동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개인 미술관을 열 예정이다. 김 화백은 "내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음과 양, 구상과 추상 등 상호이질적 요소들을 끌어안아 조화시키는 것"이라면서 "처음에는 서양화와 일본화의 교류여서 약간 망설였으나 막상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니 매우 잘 어울린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일본에서 공부한 김 화백은 1950년대에 프랑스에 유학하는 등 실험정신과 도전의식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히라마야 화백은 실크로드 등 무려 140여회에 이르는 해외취재를 바탕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김 화백이 우리 정부의 금관문화훈장(1999년)을 받았다면 히라야마 화백은 일본문화훈장(98년)을 받아 그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