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슬레지(썰매) 하키'라는 스포츠가 있다. 스케이트 대신 양날이 달린 썰매를 이용하는 장애인 아이스 하키다. 국내엔 단 한 팀만이 있다. EBS TV는 이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이스링크의 작은 거인들'을 31일과 내년 1일 오후 8시30분에 방송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 첫 '아이스 슬레지 하키팀'이 창단될 무렵인 2000년 12월에 촬영을 시작해 최초의 한·일전을 치른 2001년 9월 말까지 약 10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 팀의 창단 주역은 고(故) 이성근 감독.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이 감독은 불의의 사고로 척추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아이스하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이스 슬레지 하키'팀을 창단했다. 한국 재활 스포츠계의 개척자이기도 한 이 감독은 안타깝게도 팀 창단 두 달만인 지난해 1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런 이 감독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그의 든든한 후배들이 이어받았다. 팀의 맏형뻘인 세계 장애인올림픽 역도 4연패 주역 정금종 선수,17년 휠체어 농구경력과 나머지 인생을 전부 아이스 슬레지 하키에 건 김승구 플레이 코치 겸 선수,시드니 장애인 올림픽 역도 부문에서 2백43㎏을 들어 세계신기록을 세운 박종철 골키퍼,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출신 용필성 선수,좌식 배구 국가대표 출신 권익태 선수 등이 그들이다. 장비 구입에서부터 훈련장 확보까지 재정적인 지원이 크게 미흡한 상태에서도 이들은 팀을 이끌어 갔다. 이런 이들에게 한·일전의 날짜가 다가온다. 선수들은 한·일전을 앞두고 고 이 감독을 만나기 위해 벽제 납골당을 찾아간다. 'Korea'라고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이 감독의 못다한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10개월간 6㎜ 카메라를 들고 이들을 밀착취재했던 박미선 PD는 "이들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일반인들 못지 않다"며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그냥 스포츠인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