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미추는 21-30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비전향 장기수의 인생을 소재로 민족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그린 「영광의 탈출」을 공연한다. "술을 많이 마시고 잔/어제밤은/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꽃피는 반도는/남에서 북쪽 끝까지/완충지대/그 모오든 쇠붙이는/말끔이 씻겨가고/사랑 뜨는 반도/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나부끼데//..." 통일에의 염원을 담은 신동엽 시인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에서 모티브를 얻어 극작가 박수진이 썼다. 박수진은 삼성문학상 수상작 「춘궁기」와 「용병」 등을 썼다. 작품의 주인공은 강원도 무영리(無影里)가 고향으로 서울에서 유학하다가 금서를 읽었다는 이유로 사상범이 된 박일국. 그는 고향의 가족과 만나야 한다는 일념때문에 전향 권유를 거부한다. 가상공간인 무영리는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이고 수풀이 우거져 햇빛조차 거의 들지 않는 마을. 6.25 전쟁이 일어나자 이 마을은 안전을 위해 스스로를 외부와 고립시킨 채 50여년을 지내는데, 이 사이 마을은 비무장지대에 포함된다. 비전향 장기수와 민족 분단 등 역사의 상처를 소재로 삼았지만 조사관과 박일국이 레슬링을 하기도 하고 무영리 마을 주민들이 6.25 전쟁을 일본의 재침략으로 오해하고 허둥대는 등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극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했다. 공연은 비전향 장기수를 면담하는 기관 조사실과 박일국의 고향인 무영리가 나란히 펼쳐진 무대 위에서 때로 6.25 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과 현재를 넘나들기도 하고 때로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영광의 탈출'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 결말은 암울하다. 가족들과의 재회를 염원했던 박일국이나 박일국을 만나기 위해 탈북한 그의 아내, 그리고 비무장지대에서 벗어나려던 마을 사람들이 모두 탈출에 실패하는 것. 연출은 박 작가와 「춘궁기」에서 함께 작업한 극단 미추의 강대홍이 맡았다. 박 작가는 "이데올로기의 폭력과 비극으로 점철된 우리 현실에 대한 개탄으로 두 번 다시 굴곡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말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최근 막을 내린 「배장화 배홍련」에 출연하면서도 이 작품을 함께 준비해온 정동환이 주인공 박일국을 맡았고 류태호 우상전 차선희 서상원 등이 출연한다. 공연시간 월.수.목요일 오후 7시 30분, 화요일 오후 3시, 금.토요일 오후 4시 30분.7시 30분, 일요일 오후 3시.6시(21일은 오후 7시 30분만). ☎ 580-1300, 747-5161.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