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창단, 10년째 활동중인 축제극단 무천(대표 김아라)이 다음달 15-25일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희극 「레퀴엠」을 공연한다. 그리스 비극 연작과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연작 등으로 '복합장르 음악극'이라는새 양식의 완성에 주력해온 극단 무천으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희극 작품. 물론 희극이라고는 해도 부조리극의 색채때문에 소극(笑劇)보다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프랑스의 부조리 극작가 장 아누이의 「그리운 앙트완」을 각색, 재구성한 이작품은 저명한 극작가가 산장에서 자살한 뒤 그의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해 산장으로 몰려든 지인들이 작가가 죽은 이유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독'이라는 주제를 희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은 과거와 현재, 실제와 환상을 넘나들며 죽은 극작가가 등장해 진행하는 극중극이 삽입되기도 하는 부조리극이다. 무대는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단순화시켰다. 김금지, 권성덕, 이승옥, 정재진 등의 중진배우와 남명렬, 박상종, 정경순, 전진기, 김묘진, 이유정 등 젊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줄 연기 앙상블이 기대된다. 김아라 연출가는 "개인주의에 사로잡혀 점점 고독해져 가는 인간들, 허위의식과 장식 속에 소통되지 않는 인간관계 등 무거운 주제를 희극적으로 그린 작품"이라고소개했다. 한편 극단 무천은 창단 10주년을 맞아 체제를 재정비, '극단'과 '극장', 그리고 배우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의 3요소를 긴밀히 연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선 극단 명칭을 '무천(M) 캠프'로 바꾸고 내년부터 단원제 대신 프로덕션 시스템을 도입, 배우들과 1년 단위로 출연 계약을 맺는다. 단원제를 유지해온 극단이 본격 프로덕션 시스템을 표방한 것은 드문 일로 이를 통해 공연제작의 전문성과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 또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에 마련된 야외극장과 조만간 준공되는 실내극장 '블랙박스 시어터'를 묶어 '무천 캠프 아트센터'로 운영하며 내년 5월 '어린이축제'를 시작으로 계절별 테마 페스티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연작 등을 공연할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8월 「인간 오델로」 공연을 위해 열었던 아카데미 '오델로 캠프'에 이어 '무언의 언어'를 테마로 한 아카데미를 개설하는 등 교육-극단-극장 교류와연계를 강화할 방침. 이같은 시도는 역시 지방에 터를 잡고 교육.양성-극단-극장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다져나가고 있는 연희단거리패(경남 밀양)나 극단 미추(경기도 양주)처럼 대학로를 벗어난 대안적인 연극 방식의 모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