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완창에 3-4시간은 족히 걸리는 판소리 '춘향전'을 1시간 30분 남짓한 길이로 압축한 창극 두 편이 다음달 1, 2일 나란히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다. 국립창극단 신예 단원들의 연출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봄의 향기」(1일 오후 4시)와 「춘향, 옥중화(獄中花)」(2일 오후 4시). '춘향전'은 12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되기도 한 조선말 국창 송만갑(宋萬甲)이 처음 창극화했던 작품. 송만갑은 동편제 소리에만 집착하지 않고 '시대적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소신으로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창극을 개발.발전시킨 선구자다. 이번 공연은 '춘향전'을 대폭 줄이는 한편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작품을 재해석,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봄의 향기」는 '더늠'(창자의 개성에 따라 덧붙이는 사설)과 사설을 과감히줄여 핵심적인 소리와 내용만으로 극적 구성미를 살렸다. 이몽룡이 성춘향을 만나는장면에서부터 어사가 된 몽룡이 변학도를 징계하고 춘향과 재회하는 과정까지를 속도감 있는 전개로 펼쳐 보인다. 김일구.성창순을 사사하고 전남대 국악과, 연세대 대학원 국학과를 졸업한 조영규가 쓴 대본을 '심청가' 이수자로 이일주.박동진.조소녀.안숙선을 사사한 주호종이연출한다. 왕기철, 나태옥, 우지용, 남해웅, 정미정, 서정금 등 출연. 「춘향, 옥중화」는 '춘향가'의 옥중 대목을 확장, 춘향의 수난에서부터 몽룡과의 옥중 재회까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사건 위주의 전개 대신 춘향의 수난과 절개,그리고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한국적인 해학과 눈물의 미학을 선보인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가'와 '이별가'를 서곡으로 사용해 전개를 빠르게 하고 방자에게 해설자 역할을 주는 한편 남녀가 같은 청(음조)으로 노래를 부르는 기존의방식 대신 남녀별로 음역에 맞게 청을 조절, 창자의 가창력이 두드러지게 했다. 김덕수.이광수.김청만.성우향.안숙선을 사사하고 서울대 법대, 중앙대 대학원한국음악과를 졸업한 한승석이 대본을 쓰고 창극단 지도위원이기도 한 왕기석이 연출한다. 출연자는 허애선, 한승석, 최영길, 김학용, 김미나, 박애리, 이영태 등. 두 작품 모두 안숙선 명창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한편 1일 오후 1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송만갑의 생애'와 예술을 주제로 이보형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 백현미 이화여대 강사, 최난경 한국외대 강사 등이 참여하는 학술발표회도 열린다. ☎ 2274-3507~8.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