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유일의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초청 감독들의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10시 부산 코모도 호텔에서 열렸다. `뉴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신인감독들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섹션으로, 한국의 「꽃섬」과 「고양이를 부탁해」,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 「해선」, 인도네시아 여성 감독 난 아크나스의 「모래위의 속삭임」등 총 11편이 경합을 벌인다. 이날 행사에는 이란의 마지아르 미리와 아리자 카리미, 인도네시아 난 아크나스,인도의 비주 비스와니스, 한국의 정재은 등 5명이 참석해 자신의 영화에 관한 소개와 참가 소감 등을 피력했다. 「모래의 속삭임」으로 부산을 찾은 난 아크나스는 "지난 해 넷팩상 심사위원자격으로 영화제에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작품을 들고 와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뒤 "영화 자금을 받던 날 자카르타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그뒤 경제적ㆍ정치적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에 2년이 더 걸리는 등 꼬박 4년이 걸렸다"면서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모래의…」는 오랫동안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실력을 쌓아온 난 아크나스 감독의 실질적인 데뷔작으로, 모녀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화면으로 풀어낸 여성영화. 영국 배우들을 기용, 영어로 완성한 장편 데뷔작 「데자뷔」를 선보인 인도 비주 비스와나스 감독은 "인도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두 주인공이 느끼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그린 영화"라면서 "상영 뒤 가진 관객과 대화 시간에서 다른 국제영화제와는 달리 수준 높은 질문들이 많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란 마지아르 미리 감독의 「끝나지 않은 노래」는 민속 음악을 수집하러 다니는 한 음악학자가 이슬람 율법 때문에 노래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독특한 내용으로, 이란의 전통 문화에 대한 감독의 진한 아쉬움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마지아르 미리 감독은 "이란에서는 여성들이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르는 문화가 금지돼 있지만 언젠가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본다"면서 "부산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예술인들에 대한 관객들의 공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이라지 카리미 감독의 「통과」는 4대의 차에 다른 계급과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동승해 이란의 북쪽 지방인 카스피해 연안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그는 "현대 사회를 사는 개인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으며 특히 사회 문제에 있어서도 삶의 한 방식마다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환경에 놓인 친구들 사이의 관계 변화에 역점을 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관객들을 중심으로 재개봉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됐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고 본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부산=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