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 미술품이 국내 작가에 의해 제작, 전시된다. 안성금(43)씨는 미국과 아프간 사이의 전쟁을 소재로 한 패치워크(patchwork)작품 을 16일부터 12월 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중(戰時中)ㆍ전시중(展示中)'전에 내놓는다. 안씨는 가나아트센터의 옥외공원에 있는 대형 파라솔 3개를 이용해 미국의 패권주의를 표현하게 된다. 파라솔의 지붕 부분을 뜯어낸 뒤 성조기 바탕 문양에 짐승털로 박아낸 펜타곤(미국 국방부)과 하얀 바탕에 새긴 이스라엘 국기의 육각형 별, 그리고 미사일을 무수히 토해 내는 B52 폭격기 모양을 각각 이미지화한 것이다. 작가는 "아프간이 작품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미국식 보호우산 아래서 안주하는 움직임과 이에 대항하는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면서 "세계질서의 보호자임을 강압적으로 주장하는 미국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 이미지를 짐승털로 연출하는 이유는침략의 야만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가 지난 9월 11일 항공기 테러를 당하고 미국이 그 배후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의 근거지 아프간을 보복공격한 뒤 이를 소재로 한 미술품이 국내에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안씨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설치작 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당시 작가는 컴퓨터 모니터 같은 산업폐기물을 침대처럼 쌓아놓은 다음 그 위에 관의 형태를 올리고 침대의 머리 쪽에는 미사일 형태를 세움으로써 전쟁으로 평화를 수호한다는 미국식 세계화를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안씨는 이밖에 연작 등 인간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시대적 고통을 강하게 표출한 작품 25점을 설치와 평면, 오브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소개한다.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20년에 걸친 안씨의 작품세계를 정리해 보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가나아트측의 설명이다. 그는 등 정치, 경제, 남북, 환경 문제 등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제작했으며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도 잇따라 초대전을 가져 설치작가로서 국제적 위치를 다졌다. 전시도록에서 출신지를 '한반도'라고 표기하곤 하는 안씨는 "지역, 학벌, 파벌로 쪼개지고 반목하는 시대상황에 반기를 든다는 뜻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며 "작가의 사회적 관심과 발언이 날로 약해지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720-102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