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연출가 고(故) 김상열(1941-1998)을 추모하는 연극이 후배 연극인들에 의해 마련된다. 김상열 연극사랑회(회장 한보경)가 21일-12월 2일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언챙이 곡마단」.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연출하고 고인의 아내 한보경씨를 비롯, 최주봉(극단 가교 대표) 김갑수(극단 배우세상 대표) 기정수 이경애 정규수 조한희박정순 등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고인의 극작.연출로 1982년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초연됐다. 서기 660년 황산벌에서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켰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작품은 정통 역사극의 성격을 버리고 곡마단의 놀이마당을 빌려온 무대 위에 과거의 역사를 한바탕 놀이로 풀어낸다. 고인은 생전에 이 작품의 연출의도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영원히 있음직한 사람의 본성과 버릇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극이나 교훈으로 받아들이지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그냥 웃음거리로만 받아 주면 제격이다"라고 밝혔었다. 자기능력에 대한 과신으로 가득찬 김춘추, 희생의 순교 콤플렉스를 지닌 계백, 지략과 음모, 용기가 탁월한 김유신, 목적 성취에 일로매진하는 관창 등 각 인물의 성향이나 습관으로 역사의 동력을 파악했다. 극단 가교에서 연극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이후 마당세실 극장 대표, 극단 신시대표 등을 지냈으며 정통 창작극, 뮤지컬, 마당놀이, 악극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는 한편 90년대 들어서는 악극의 복원에 힘썼다. 스태프로는 의상디자인 구히서(연극평론가), 음향 김벌래, 인형제작 강승균(춘천인형극장 극장장), 마임 남긍호 등이 참여한다. 첫 공연이 있는 21일 특별공연 후에는 제3회 김상열연극상 시상식 및 김상열 희곡집 6, 7권인「요술피리」「머털도사」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며 고인의 무대 공연작 사진전시회도 함께 마련된다. 아내 한씨는 "이 작품은 고인의 무수한 작품 가운데서도 그의 작품성향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여건이 허락하는 한 매년 고인의 기일(10월 26일)무렵 공연을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연시간 월-토요일 오후 4시 30분.7시 30분, 일요일 오후 3시.6시(21일은 오후6시 특별공연만). ☎ 764-8760~1, 743-1026.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