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하사극「여인천하」에서 문정왕후의 충복,엄상궁으로 출연,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견 탤런트 한영숙씨가 자신의 첫 소설을 출간했다.


「이름없는 초상화」(민미디어)가 그것으로 총 287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소설이다.


부유한 집안 출신에 미모와 지성을 두루 갖춘 한 여자와 소록도 나병환자의 아들로 태어나 입양된 집안의 누나와 부부로 살고있는 한 남자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부부 사이에서도 조목조목 이해득실을 따지는 요즘 세태와 대비되는, 조건없이 순수한 사랑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한영숙씨는 지난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난 뒤, 별다른 출연제의도 없어 심정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던 습관과 다양한 연극 및 드라마에 출연했던 경험은 이런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지금이야 '엄상궁'으로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해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이 소설이 저를 다잡아주었지요."


이 소설은 한영숙씨의 고등학교 동창이 겪었던 실화를 기초로 해 쓰여졌다고 한다.


몇년전 동창회에 갔다가 유난히 예쁘장한 얼굴로 인기가 많았던 한 친구의 죽음과 그 뒷이야기를 전해들었던 것이 소설의 모티브가 됐던 것.


"50%는 픽션, 나머지 50%는 실화입니다. 1년여에 걸쳐서 원고지 1천200매 정도를 썼어요. 집필기간 중에는 그 친구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죠."


간혹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소설을 출간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연기자가 소설을 내는 것은 꽤나 드문 경우다.


하지만 한영숙씨는 연기자들이야말로 그럴듯한 소설을 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저희는 항상 드라마속에 살고있잖아요. 저뿐 아니라 다른 많은 연기자들도 머릿속에 소설책 몇 권 정도는 쓸 수 있는 '내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엄상궁'에게「여인천하」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인터넷에 1만2천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팬클럽이 생기는 등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의 심정이 궁금했다.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동안 한 구석에서 연마해왔던 제 연기가 이제야 빛을 보고있다고 생각해요. 땅에 깊숙이 심어놓았던 씨가 웅크리고 있다가 뒤늦게 싹을 틔운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가 분석한 엄상궁은 어떤 사람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죠. 게다가 급변하는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임기응변이 매우 뛰어나 문정왕후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인물이에요."


한영숙씨는 앞으로 3~5권 정도의 소설을 더 쓸 생각이라고 했다.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듯, 하루하루 살면서 쌓이는 것'들을 소설에 담아내고 싶다는 것.


물론 자신의 천직은 연기라고 덧붙인다.


"연기생활을 하다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글이 저를 버티게해줄 겁니다."


한영숙씨는 지난 70년 MBC 성우 4기로 방송계에 입문, 73년「구서방 배서방」을통해 탤런트로 데뷔했으며, 77년까지 극단 '산하'의 단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SBS「산다는 것은」, KBS「당신」, MBC「갯마을」등 많은 드라마에 조연급으로 출연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