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꿈이 이뤄졌네요.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느껴지는 앵커가 되고 싶어요." 프리랜서를 선언한 황현정 아나운서의 후임으로 오는 11월 5일부터 KBS「뉴스9」의 앵커를 맡은 정세진(28) 아나운서는 "쇄도하는 축하전화 때문에 정신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전화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어제 받은전화만 100통이 넘는단다. "외부의 반응을 보니 9시 뉴스의 앵커가 어떤 자리인지 새삼 실감하게 되더군요.제가 졸업한 연세대학교 총장님한테도 전화가 왔었으니까요.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정 아나운서는 지난 99년 10월부터 주말「뉴스9」의 앵커를 맡아왔던 탓인지 크게 긴장하고 있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주말 뉴스 진행 경험을 살리면서, '오버'하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할 생각이란다. 그리고나서 그가 강조한 것은 '현장성'이다. "제가 현장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전해야될 뉴스의 전후상황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시청자를 만나야겠지요.단순히 주어진 기사를 읽기만 해서는 '앵커'라고 할 수 없잖아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지난 97년 1월 입사한 정 아나운서는 5년만에 「뉴스9」의 앵커 자리에 앉게됐다. 신은경, 백지연, 황현정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앵커우먼들이 입사 1~2년차에 9시뉴스를 시작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출발. 그러나 정 아나운서는 오히려 이렇게 뒤늦은 출발이 자신에게는 훨씬 유리하다며 밝게웃는다. "10분 뉴스부터 라디오, 어린이, 음악 프로그램 등 아나운서로서 할 수 있는 온갖 영역을 다 거쳐왔어요. 그것이 제 숨겨진 능력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됐죠. 제가만약 1~2년차부터「뉴스9」을 진행했다면 주관없이 뉴스를 전달하는 재미없는 앵커가 됐을 겁니다." 현재 주말「뉴스9」과 함께 2TV「세계는 지금」, 1FM「저녁의 FM」등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 아나운서는 3년동안 휴가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쉬어본 날이 없다고 한다. 정 아나운서는 지난 98년부터 1년 반 동안 진행을 맡았던 어린이 프로그램「열려라 꿈동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을 달래면서 진행하다보니 털털하고 무덤덤한 자신의 스타일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 "처음에는 아이들을 앞에 놓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막막했어요. 하지만 6개월쯤 지나니까 '노하우'가 생기더군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진행자로서 필요한적당한 애교, 표정 및 대사 처리 등을 배울 수 있었죠." 정 아나운서에 대해 일부에서는「뉴스9」의 앵커로서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하자 스스로도 그런 부분이 걱정스럽다고 인정하며,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성실하게 하는 수밖에 없죠. 제 노력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자연히 '카리스마'도 느껴지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아나운서로서 최종목표가「뉴스9」의 앵커였거든요. 지금은 그저「뉴스9」을 진행하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결혼이요? 지금 사귀는 사람은없는데…, 한 33살쯤 돼서 인연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