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많은 네티즌들은 메일로 수신된 느닷없는 `살인예고장'을 받아들고 종일 공포에 떨어야했다. 또 지난 여름에는 피칠갑을 한 채 서울 시내 한복판을 활보하는 여자 때문에 행인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뒤늦게 알고 보니 각각 영화「이것이 법이다」와 지난 8월 개봉된 공포물「더홀」의 홍보 이벤트였다. 최근 영화사마다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잡기위해 이색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앞의 두 사례처럼 일반인의 기분을 상하게하는 무리한 홍보 전략으로 비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색 마케팅 전략 = 20일 개봉하는 영화「잎새」는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3가지 향기를 뿌리는 `향수 마케팅'을 펼친다. 홍콩 영화「라벤다」에서 이미 시도되긴했지만 국내 영화로서는 처음이다. 최근 전국 관객 350만명을 넘긴「조폭마누라」는 남대문 등 서울 시내 주요 거리에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조폭마누라를 보지않고…영화광이라 칭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아예 전화 번호까지 적어놨다. 27일 관객을 찾는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브러더스」는 지난 8월부터 `전국릴레이시사회'를 감행했다. 지금껏 영화를 공짜로 본 사람이 3만여 명에 이른다. 「와이키키…」의 이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에는 작가주의 영화인만큼 충분히 입소문이 퍼질 수 있도록 홍보 기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장 피에르 감독의「아멜리에」는 여성 관객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보고재미가 없으면 관람료를 전액 환불해주는 `리콜제도'를 실시한다. 그런가 하면「귀신이 온다」는 대학가에 `조폭과 킬러를 잡으로 귀신이 온다'는 `대자보'를 붙여놓아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지하철, 영화홍보 공간화 = 최근 지하철이 영화의 주 홍보 무대로 각광받고있다.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는 아예 지하철에서 제작발표회를 했으며,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메멘토」와 3D애니메이션「파이널판타지」도 개봉 전 지하철 시사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오는 11월 23일 개봉하는 영화「머스킷티어」는 지하철 3호선 차량 중 한 대를 통째로 빌렸다. 지하철 외벽은 물론, 행어, 출입문, 액자 등에 영화 스틸 사진과 포스터로 도배했다. 영화 홍보 관계자들은 "하루에 12-15차례 순환하는 지하철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기때문에 `가격 대비 노출 효과'가 커 홍보 무대로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홍보전략보다는 작품성이 흥행 좌우 = 아무리 홍보가 훌륭하다하더라도 `영화가 영 아니면' 흥행에 성공하기는 힘들다. 홍보 담당자들은 `마케팅의 힘은 개봉 3일뿐'이라고 말한다. 광시곡」「싸이렌」등은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펼쳤지만 관객들은 냉정했다. 시네마서비스 마케팅팀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한번 뜨고 보자'는 심리로 시나리오나 영화의 전체적 플랜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광고를 하는 사례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튜브커뮤니케이션 김은성 대리도 "영화의 본래 이미지를 해치지않는 범위 내에서 정직한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