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풍성한 안식처, 진정한 가수들의 솔직한 무대, KBS 2TV「이소라의 프로포즈」(매주 토요일 밤 12시 20분)가 20일 방송으로 5주년을 맞는다.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네요. 이소라가 똑같은 일을 5년씩이나 하다니요."


16일 오후 8시, KBS 공개홀을 가득 메운 커플 500여쌍의 아낌없는 축하박수 속에 무대에 나타난 이소라는 여느 때처럼 느릿느릿, 어눌한 말투로 5주년을 맞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그녀의 얼굴표정은 유달리 상기돼있었으며, 다소 멋쩍어하는 듯한 몸짓이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날 공개방송은 '가수' 이소라와 듀엣곡을 불러본 경험이 있는 남자가수 5명을차례로 초대해 진행됐다. 첫번째 주인공은 이소라가 구축해온 개성있는 음악세계에심대한 영향을 미쳤던 가수 겸 작곡가 김현철.


이소라는 "5년전「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처음 진행할 때,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시작하고 싶었다"는 말로 첫번째 손님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뒤, 깔끔한 정장차림의 김현철과 '그대안의 블루'를 불렀다.


장미꽃으로 장식된 커다란 케이크를 선물로 들고온 김현철은 갑자기 "생일을 맞았으니 소원을 빌어보라"는 말로 이소라를 당황하게 했다. 이내 이소라의 입에서는"언제까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멋있는남자와 결혼하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소원이 흘러나왔다.


두번째 초대손님은 풍성한 음량을 지닌 젊은 R&B 가수 박효신. 이소라와 'It'sGonna Be Rolling'을 듀엣으로 불렀던 그는「개그콘서트」의 '수다맨'을 어설프게흉내내며,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5주년을 맞아 세운 각종 기록을 정리해 관객의박수를 받았다.


그에 따르면「이소라의 프로포즈」가 5주년을 맞을 때까지 방송횟수는 250회,방송시간은 약 2만2천500분, 관객은 25만명 이상, 불린 노래는 약 2천500곡, 그리고이소라가 입었던 의상의 숫자는 250벌(매회 다른 옷을 입었다는 것)이란다.


뒤이어 등장한 조규찬은 '그대 내게'를 듀엣으로 불렀으며, 이소라의 진행을 '적당히 데워진 목욕물'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이소라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초대손님이라는 이문세는 "좋은 초대손님들이나올 수 있었던 것은 좋은 텃밭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라며 진행자로서 이소라의능력을 추켜세운 뒤, '잊지 말기로 해'를 같이 불렀으며, 마지막 초대손님 김민종도'우리 다시'를 이소라와 함께 열창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는 지난 96년 10월 16일 처음 전파를 탄 이래, 꾸준히 5~7%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심야시간대 음악프로그램의 왕좌를 지켜왔다. 이 프로그램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이문세쇼」에 이어 우리나라방송가에 라이브 음악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


실력있는 가수들은 자신의 가창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로「이소라의 프로포즈」를 반드시 거치고 싶어할 정도다. 여기에는 5년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연주팀과 김승원 음악감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소라의 느릿 느릿한 말투와 편안한 진행은 이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매력이다. 출연자들이 다소 긴장될 수도 있는 라이브 공개방송에서 자신의 능력을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이소라의 어설픈 듯한 노련함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박해선 책임프로듀서는 "이소라씨는 자기 나름의 색깔을 프로그램에 투영시키고, 또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진행자로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며 "본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계속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라는 "주변의 도움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피부관리만열심히 한다면 10년이 지나도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스갯소리로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과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