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허물어지던 날 많은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집안 일로 늦게 출근했다 참화를 모면한 사람, 테러분자의 공격무기로 쓰인 비행기를 타려다가 항공사의 착오로 놓치는 바람에 목숨을 구한 사람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27일 개봉될 「바운스(Bounce)」는 이처럼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운명의 장난을 모티브로 삼은 멜로영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인지 한층실감을 불러일으킨다.


LA의 광고회사에 다니는 버디(벤 애플렉)는 시카고에 출장갔다가 악천후에 발이묶여 공항 라운지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미모의 젊은 여성 미미(나타샤 헨스트리지)와 눈이 맞아 내심 하루쯤 눌러앉고 싶어하던 버디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자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극작가 그렉(토니 골드윈)에게 먼저 출발하는 자신의 비행기표를 선뜻 건네준다.


시카고발 LA행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뉴스를 들은 애비(기네스 팰트로)는 승객명단에 남편 그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다가 사고 비행기에서 그렉의 소지품이 발견됐다는 항공사 직원의 말을 듣고 오열을 터뜨린다.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술에 찌들어 살던 버디는 애비의 사는 모습을 확인하러 갔다가 자연스럽게 그와 가까워진다.


그러나 버디가 진실을 고백하려고 몇번씩 망설이는 동안에 애비는 미미로부터 시카고 공항에서의 일을 전해듣고 절교를 선언한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직접 연출한 돈 루스 감독은 미망인의 심리변화 궤적을 날카롭게 포착해 잔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러브 스토리를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영화가 주목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기네스 팰트로와 벤 애플렉이 실제로도 연인 사이라는 것.


할리우드 최고의 연인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한때 관계가 소원해졌다가 「바운스」 출연을 계기로 다시 가까워졌다고 한다.


기네스 팰트로는 화장기없는 평범한 아줌마로 등장해서도 빛나는 매력을 발산하는 반면 벤 애플렉의 연기는 다소 밋밋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