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이자 토크쇼MC인 서세원(45)은 요즘 표정관리하느라 힘들다.


가만히 있어도 `만세'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입이 귓가에 걸린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추석 연휴 기간에 날아든 영화「조폭마누라」의 `승전보' 때문이다.


「조폭…」은 최근「친구」「엽기적인 그녀」를 제치고 한국 영화 사상 최단 기간(5일)에 전국 1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그가 전액(34억원)을 투자한 영화다.


4일 오후 강남의 코리아픽쳐스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소감을 묻자 "돈보따리가 나를 자꾸 때리는 것 같다" "감동의`열탕'이다"라고 진심 섞인 농담을 했다.


지난 86년 젊은이들이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렸던 데뷔작「납자루떼」의 `참패'이후 15년 만에 맛본 `영광'이니 기쁨도 두 배 인 듯 했다.


"젊은 세대로 교체된 영화계에서 이제는 구세대인 제가 성공을 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마 15,6년 전에 대박이 터졌다면 지금처럼 기쁘지는 않았을 겁니다"


`대박'의 감격을 섣불리 돈으로 따지기에는 뭣하지만「조폭…」은 지난 3일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하루에 7-8억 원씩 순익을 내고 있다는 게 그의 귀띔.


신은경, 박상면 주연의「조폭…」은 조직폭력배의 여자 보스가 어쩔 수 없이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본 영화가 시작되기전 `투자 서세원프로덕션'이라는 자막이 뜨자 박장대소를 했다.


오랫동안 남을 웃겨왔던 서세원의 이미지 탓일까.


어느 정도 흥행은 예상했지만 지금 같은 선전은 의외라는 게 영화계 안팎의 반응.


그렇지만 이같은 `기대이상'의 선전을 다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파이란」「친구」「신라의 달밤」과 하반기에 라인업이 잡혀있는「달마야 놀자」「두사부일체」로 이어지는 `조폭영화'의 과잉 제작 열기에 「조폭…」의 흥행이 `기름 붓는격'이 되지 않을까하는 게 그 이유.


한 때 동남아시아를 휩쓸며 전성기를 누리다가 몰락했던 홍콩 영화의 사례를 새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홍콩 느와르가 인기를 끌자 비슷한 아류 영화들이 속출했고 저우룬파(周潤發), 장궈룽(張國榮)등 몇몇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이어지면서 식상함을 자아내 결국 관객들의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첫 시사회에서 서세원은 "아무 생각 하지말고 웃으면서 봐달라"고 주문했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신라의 달밤」「엽기적인 그녀」「조폭…」까지 그칠 줄 모르는 코미디 영화의 `이상 열풍'으로 진지하고 작품성있는 영화들의 설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때문이다.


서세원의 생각은 좀 다른 듯 했다.


그는 "영화란 휴식이고 상상일 뿐"이라며 "조폭영화 붐도 일종의 `트렌드'일 뿐이지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뚜렷한 영화 철학도 피력했다.


"우리 영화의 자생력은 우리 국민 정서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돈(규모)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바로 한국 영화에요.「조폭…」에는 적당한 액션과 적당한 웃음이 있고, 우리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강한 아내와 연약한 남편상'은 요즘 부부들 모습 아닙니까. 여자가 `조폭'이면서도 죽어가는 언니때문에, 유산때문에 혹은 남편때문에 자주 눈물을 보이는 것도 우리 여성들의 감성과 맞아 떨어진 거죠."


젊은 후배들이 힘들게 닦아놓은 길에 `무임승차'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그는"앞으로 어려운 제작자들을 도울 생각"이라면서"평생 남을 웃기고 살아왔던 만큼 코미디 영화로 계속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