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순을 맞이한 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화백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시들지 않는 예술적 열정으로 그려낸 신작들로 구순(九旬)기념전을 연다. 13-26일 종로구 팔판동 월전미술관 별관 백월(白月)빌딩 3층의 가진화랑에서 여는 '월전노사 구순기념 초대전(月田老師九旬紀念招待展)'이 그것. 현존 작가중 최고 원로에 속하는 월전은 이번 전시회도 지난 99년 가진 미수(米壽) 기념전때와 마찬가지로 최근 1-2년새에 그린 근작들로 꾸몄다. 중국의 장수 화가인 제백석(齊白石.1887-1985)도 85세 이후에는 붓을 놓았던 것으로 알려진 것을 상기하면 이만한 나이를 먹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가는 동서고금의 미술계를 통틀어 드문 일이다. 뿐만 아니라 월전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골프장에 나갈 만큼 정정하다. 건강유지 비결을 묻자 월전은 "그걸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비결은 없다고생각한다. 비결만 지켜서 된다면 세상 사람 누구나 오래 살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도 "비결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는 게 나름의 비결"이라며 "사람 건강을 해치는 것은 욕심이다. 명예욕이나 물질욕 모두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욕심 부리지 않는 게 최고"라고 한 마디 덧붙인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소품이 주를 이룬다. 간결.담백하되 기운이 담긴 동양화의 획을 살리면서도 '선비화가'답게 오늘의 현실세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작품에 직접 한시(漢詩)를 써넣은 것도 있다. 호가호위하는 여우의 행태를 묘사한 '노호(老狐)'와 '광우병에 걸린 황소', 정치판의 이전투구를 풍자한 듯한 '개들', 요즘 젊은이에게서 느끼는 이질감을 표현한'단군일백오십대손' 등이 전시된다.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은 시절에 그렸다는 '적광(寂光)'과 서예 작품 4점도 함께 걸렸다. 이번 전시회는 월전미술관 옆에 새로 개관한 가진화랑에서 개최한다. 미술관은물론 동방예술연구회와 월전미술상 등을 운영하면서 어려워진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 지은 지상 5층, 지하 1층의 백월빌딩 3층에 위치해 있다. "건물 공간이 좁아 속으로 생각한 것 다 못 폈는데 좀더 발전적인 것도 해 보고또 수익사업을 해야 지금까지 해 오던 걸 계속 유지.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무리해서 건물을 하나 지었다"는 것이 월전의 설명이다. 원래 직접 화랑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당장은 힘이 벅차 인사동에서 추제화랑을 운영하던 박수인씨에게 운영을 넘겼다. 박씨는 가진화랑이라는 이름으로 새 화랑을 열고 첫 기획전으로 월전의 초대전을 열게 됐다. 새로 지은 건물의 1, 2, 4층은 임대할 계획이고 5층은 월전의 작업실로 쓰이게된다. 월전은 "지금 작업실이 북향이라 빛이 적었는데 새로 옮길 작업실은 남향이라빛이 많아져 훨씬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주의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월전은 유년시절 한학을 공부하다 1930년 이당 김은호(以堂 金殷鎬) 문하에 들어가 한국화에 입문했다. 1932년 선전(鮮展)에 입선한 이래 국전 추천작가와 심사위원, 서울대 미대 교수등을 역임하며 한국화단의 중추 역할을 해 왔고 미국 워싱턴에 동양예술학원을 개설해 후학을 지도하기도 했다. 특히 어린 시절 쌓은 한학 교양을 바탕으로 '최후의 문인화가'라는 호칭을 들을만큼 그는 시(詩).서(書).화(畵)에 두루 능해 문인화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했다. 또 현충사의 이충무공 영정을 비롯해 김유신, 강감찬, 정몽주, 윤봉길 영정 등초상화에서도 일가를 이뤘다. ☎ 738-3583.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