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만을 다루는 조각가 정현(45)씨가 4일부터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다섯번 째 개인전으로 '침목(枕木)'을 재료로 사람의 형상을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주는 조각 16점과 드로잉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홍익대 미대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6년간 조각수업을 쌓았다. 침목은 작가가 지난 98년 개인전에서 첫 선을 보인 후 3년째 매달리고 있는 소재다. 다루기도 어렵고 성형(成形)하기도 까다롭지만 그는 침목을 완전 분해하고 깎아 새로운 형태로 제작하는 힘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정씨가 침목을 다루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98년 개인전에서 작가는 침목의 원형은 그대로 둔 채 도끼를 이용해 표면을 음각으로 파고 들어갔지만 이번 개인전에 출품한 '얼굴'시리즈는 침목을 완전히 분해,토막들을 볼트로 연결한 후 깎은 작업이다. 전에 비해 이미지가 훨씬 강하고 긴장감을 더해준다. 또 다른 작품인 '거꾸로 서있는 사람'시리즈는 군무(群舞)를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침목을 작은 토막으로 잘라내고 일반 나무와 함께 연결한 후 겉을 석고로 발랐다. 침목의 갈색톤과 석고의 흰색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인체의 형상은 팔 다리도 없어 거의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해체돼 있다. 정씨는 "인체는 대상일 뿐"이라며 "인체를 통해 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18일까지. (02)720-5113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