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가 자국내 시장점유율 50% 돌파에 힘입어 충무로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타인의 취향」이 높은 객석 점유율을 자랑하며 한여름을 관통하고 있는가 하면 「늑대의 후예들」이 최근 전국관객 50만명을 넘어섰다. 9월 8일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길로틴 트래지디」가 막을 올리는데 이어 15일에는 소피 마르소 주연의 「벨파고」와 노인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쁘띠 마르땅」, 프랑스 1급 배우와 감독이 할리우드 제작진과 손을 잡은 「저스트 비지팅」이 동시 개봉된다. 영화 관계자들은 프랑스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저스트 비지팅」이 「늑대의 후예들」의 흥행 스코어를 앞질러 `프랑스 영화 충무로 리그'에서 최후의 승자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지터」(1993년)와 「비지터2」(1997년)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른 장 마리프와레 감독의 연출솜씨, 월드스타 장 르노의 관록의 연기력, 「나홀로 집에」의 존휴즈가 쓴 탄탄한 시나리오, 「인디펜던스 데이」와 「콘에어」로 이름난 율리 스테이거의 현란한 카메라 워킹, 존 포웰의 음악과 페니 로즈의 의상, 12세기 영국 고성(古城)과 21세기 시카고의 마천루를 오가는 스펙터클한 화면 등을 보면 블록버스터의 자격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중세 기사 티보 백작과 사랑스런 로잘린 공주의 결혼 전야파티로 시작된다. 로잘린의 왕국을 노리던 워릭 백작은 공주의 술잔에 마법의 약을타 티보를 죽이려 하지만 잔이 바뀌는 바람에 티보가 공주를 죽이고 만다. 티보는 시간을 되돌려 비극적인 운명을 바꾸려하지만 마법사의 실수로 2001년 시카고의 중세박물관으로 떨어지고 만다. 이곳에서 티보는 로잘린을 꼭 닮은 줄리아를 만나는데 그는 자신의 까마득한 후손. 줄리아는 티보를 실종됐던 사촌으로 여기고 집으로 돌아오고, 줄리아의 약혼자헌터는 그의 막대한 유산을 가로채려는 음모를 꾸민다. 뒤늦게 티보를 구하기 위해21세기로 따라온 마법사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묘약을 제조하느라 여념이 없다. 티보가 무사히 줄리아를 구해내고 옛날로 돌아가 로잘린과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장 르노는 전편에 이어 돈키호테풍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그의 충복 앙드레로 등장한 크리스티앙 클라비에는 장 르노와 연기호흡을 뽐내며 폭소탄을 연방 터뜨렸고, 1인 2역을 맡은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도 풋풋한 연기력으로 제몫을 지켰다. 그러나 전편의 참신성을 뛰어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느낌이다. 티보와 앙드레가 벌이는 좌충우돌식 해프닝은 관객의 상상을 벗어나지 않고, 마지막에 양념 격으로 끼워넣은 반전을 빼놓으면 줄거리도 밋밋한 편이다. 할리우드와 프랑스의 퓨전은 늘 이가 잘 맞지 않는 톱니바퀴의 작동 모습을 보듯이 아쉬움을 남기는데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