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다. 빗나간 사랑에 고통받는 연인들의 시선엔 습기 한점 없고.목숨마저 버릴만큼 간절하다는 사랑엔 온기 한조각 느껴지지 않는다. "저 바다에는 누군가의 신부가 되고 싶었던 여자가 살고 있어...""사랑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멋부린 대사들은 나른하게 늘어지며 매번 감정이 실리지 않은채 허무하게 스러지고 만다. 김남주 오지호 주연의 "아이 러브 유"(제작 크림엔터테인먼트.25일 개봉)는 "미인""그녀에게 잠들다"에서와 같은 관념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다. 현수 지후 진성 유진.초등학교 동창생인 네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상대방의 등을 바라보며 엇갈린 사랑에 괴로워한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사랑"에 집요하게 촛점을 맞춘다. 하지만 그림엽서에서 막 튀어나온듯한 근사한 통나무집이나,최고급 인테리어 잡지에서 방금 뜯어낸듯한 멋진 방안에서 도회풍의 남녀들이 주고받는 메마른 대화속에 관객들이 그들의 사랑이나 고통에 공감하고 조응할 여지를 발견하기 어렵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남주를 위시한 배우들의 연기도 적잖이 실망스럽다. "질투가 날 만큼 부러운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는 신예 문희융 감독의 데뷔작.영상은 아름다우나,그 영상은 동영상이기를 그쳐버린 풍경화같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