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초반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KBS의 '여로'에서 영구역을 맡아 열연했던 장욱제(60)씨가 24년 만에 다시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장씨는 오는 21일부터 방송될 SBS 새 주말드라마 '아버지와 아들'(극본 박진숙·연출 김한영)에서 그의 두번째 연기인생에 도전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아버지 '태걸'(주현)과 그의 아들들이 엮어내는 인간미 물씬 풍기는 드라마다. 여기서 장씨는 주인공 태걸의 죽마고우 종태역을 맡았다. "카메라 앞에 서니까 조금 긴장됩니다. 아직은 마음대로 연기가 안돼요. 연기가 몸에 붙었을 때는 카메라 앞에서 참 여유로웠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TV 출연을 다시 결심한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연기자로 마무리짓고 싶다"고 대답했다. "처음엔 TV 출연을 많이 망설였습니다. 오랜만에 나와 시청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게 될까봐 두려웠던 거죠. 하지만 올해 초 악극 '여로'를 55회 공연하면서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가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은 연출자 김한영 PD와 작가 박진숙씨가 악극 '여로'에서 그의 모습을 눈여겨본 뒤 지난 5월 같이 일해 보자는 제의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가 맡은 종태는 코믹한 인물입니다. 그러면서 사람 좋고 눈물도 많은 사람입니다. 친구 태걸의 자식들을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인물이죠" 장씨는 동국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지난 64년 KBS 4기로 입사했다. 연기자로서 인정받은 그는 히트작 '여로'외에도 '의리의 사나이 돌쇠''열풍지대'등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으나 77년 MBC 드라마 '타국'을 마지막으로 TV 카메라를 떠났다. 이후 관광·건설사업을 주업종으로 하는 파라다이스그룹에 입사해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 그는 입사 6년 만에 계열회사인 파라다이스 면세점의 사장이 되기도 했다. 지난 98년부터는 장인터내셔널이라는 무역회사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연기자의 길로 다시 들어서면서 그는 회사 업무의 대부분을 이사에게 맡겼다. "방송을 그만 둔 뒤 연말마다 TV에서 저를 찾았지만 일에 열중하기 위해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연기에만 최선을 다하고 사업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머리 속에 사업에 관한 생각이 들어차 있으면 대사가 제대로 외워지지 않거든요"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