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부산 해운대 백사장.


주황색 잠수복을 입은 9여명의 청소년들이 구령소리와 함께 바다를 들락날락하며 훈련을 받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지칠대로 지쳤지만 훈련은 계속됐다.


이들을 비웃듯이 해양구조견 '스핀'은 신이나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헤엄쳤다.


이들은 SBS TV 주말 오락프로그램 '토요일은 즐거워'(오후 6시)의 한 코너 '해양구조단 친구'에 참여하는 부산 일대의 '문제아'들이다.


6월16일 첫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해양구조단 친구'는 '문제아'들의 선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성영준 PD는 "지난해 발생한 청소년 범죄는 3만5천건이고 이중 3만건이 폭력과 관련된 것"이라며 "청소년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문제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다른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부산 동래고와 동인고에 협조를 구해 학교에서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20여명의 학생들을 각각 추천받았다.


제작진은 이들 중 9명을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9명의 청소년들은 한국해양구조단의 지도 아래 인명구조 훈련을 오는 10일께까지 받는다.


그리고 여름방학내내 부산 해운대 여름경찰서에서 낮에는 인명 구조활동을,밤에는 청소년 선도활동을 하며 지내야 한다.


이미 3주간의 훈련을 받은 이들은 처음 구조단에 들어올 때보다 많이 고분고분해졌다.


처음엔 '언제 어디로 튈지'몰라 제작진과 해양구조단원들은 걱정이 많았다.


한국해양구조단 조명래 단장은 "바다에 빠져 죽을 고비를 한두번씩 겪어본 아이들이 자연 앞에서 인간의 한계를 느끼면서 겸손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 하루종일 훈련하고 나머지 요일엔 방과 후 3시간씩 훈련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는지 아이들은 이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학 진학 이야기도 한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정유진(동래고·2년)군은 "처음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부모님들도 좋아하시고요.출연료를 받으면 아버지께 낚싯대를 선물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한 살이 많다는 서형찬(동래고·2년)군은 "이제는 거리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학생들이 출입이 금지된 곳을 들어가거나 무단횡단 같은 것들을 할 수가 없게 됐다"고 했다.


부산=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