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오브제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광영(57)씨가 28일부터 8월 1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화업 40년을 정리한다. 50대 초반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전씨는 1990년대 들어 시작한 한지 오브제 작업이 해외 아트페어에서 먼저 각광받으며 일약 대가급 작가로 떠올랐다. 최근 열린 바젤 아트페어에서도 출품작이 모두 팔려나가 그의 위상을 짐작하게 했다. 그는 이번 '2001년 올해의 작가-전광영'전에 초기 회화작품 10점을 비롯해 모두 6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장에 전시한다. 특히 높이 3m, 지름 1m의 원기둥 12개와 지름 3m의 원형구 등 입체작업을 처음으로 시도해 예술적 지평을 넓힌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해 온 전씨에게 말할 수 없는 감회를 안겨 주고 있다.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외국에서 방황해야 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기 때문이다. 전시공간을 달라고 화랑을 찾아다니며 통사정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이었을 만큼 그에게 외로움의 나날은 무척이나 길었다. 전씨는 80년대와 90년대 초까지 빛과 색채를 화두로 유화작업을 했다. 색채를 미묘하게 변주함으로써 신비한 분위기를 창출했지만 화단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런 그에게 일대 전기를 마련해 준 것이 한지 매재의 오브제 작업. 전씨는 그동안 탐구해 온 색채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지의 새로운 해석에 나서 독특한 예술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그의 한지 작업은 매우 독특하다. 그리고 많은 손품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삼각형 모양의 스티로폴 덩어리를 한지로 싼 뒤 꼬아 만든 종이끈으로 일일이 묶어 낸다. 이렇게 완성된 크고 작은 포장 덩어리를 다양한 조형언어로 화판에 붙여 빽빽하게 배열해 가는 것이다. 작가는 이같은 작업의 모티브를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따왔다. 강원도 홍천이 고향인 전씨는 한약방 천장에 빼곡하게 매달린 약봉지들을 예술적으로 되살려낸 것.한지에 담긴 한국적 정서를 떠올린 그는 이를 현대 미감으로 승화시켜 오브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특히 시리즈는 고서적을 이용하되 청색과 노란색 등으로 질감과 색감을 다양하게 살려냈다. 한지의 색채, 오브제의 밀도와 대소 등으로 작품을 탄생시킨 뒤조명이 연출하는 명암과 음영으로 무궁한 변주를 해 내는 것이다. 첫선을 보이는 입체작업은 작품을 평면에서 해방시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전씨의 작업은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조형논리를 동시에 소화해 한국성과 세계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한지 오브제로 미니멀리즘이라는 그만의 창조적 형상화에 성공했다는 것. 그는 오랜 고독과 방황을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성취를 열정적으로 이뤄내며 활동폭을 날로 넓히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내 인생의 분기점으로 여겨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하늘이 준 이번 전시가 나의 작업세계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익대 회화과를 나온 전씨는 시카고 아트페어 등에서 호평받았으며 미국 뉴저지의 헌터돈 현대미술관 3인전(올해 9월), 독일 쾰른 아트페어(11월), 뉴멕시코 산타페 뮤지엄 3인전(내년 초) 등에 초대되는 등 바쁜 전시일정을 앞두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