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은 다음달 6-17일 토월극장에서 '스페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페드로 칼데론 바르카의 「인생은 꿈」을 공연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로부터 '셰익스피어가 포도송이라면 칼데론은 포도즙'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그는 로페 데 베가 등과 함께 중세 유럽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초기의 도덕사회극과 후기의 종교적 작품을 포함, 모두 200편 이상을 남겼다. 「인생은 꿈」은 폭군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때문에 갓 태어난 아들을 투옥해야 했던 왕 바실리오와 그의 아들 지그문트의 이야기로 지난 98년 서울연극제에 초청된 폴란드 연출가 야누즈 카차에 의해 국내 초연됐다. 봉건제도의 붕괴와 종교개혁에 반대하는 사회 분위기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17세기 스페인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이 작품에는 4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왕 바실리오와 그의 하인으로 지그문트를 감시하는 클로탈도,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수인 생활을 하는 왕자 지그문트, 클로탈도의 딸로 사랑을 배신한 공작 아스톨포에게 복수하려는 로자가 그들. 이 작품은 결국 왕자 지그문트가 폭군이 된다는 예언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이중성과 애매모호함을 극복해 나가는 자유로운 인간 의지의 승리를 보여 준다. 여기에는 인생은 꿈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옳은 일을 행하는 것'이라는 칼데론의 인생관이 담겨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코러스를 대거 도입해 은유적이면서도 시적인 원작의 텍스트를 살리고 바로크 시대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스페인의 궁정음악, 영상, 인형과 배우들에 의한 그림자극을 곳곳에 배치했다.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이 연출을 담당하고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수상한 설치미술가 전수천씨가 무대미술을 맡았다. 원로배우 박웅과 권성덕이 각각 바실리오와 클로탈도 역을 맡아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연기대결을 벌이며 그 외에 송영근, 김광덕, 장현성, 구혜진 등이 출연한다. 지난달 타계한 고(故) 문호근 예술감독이 오랫동안 아껴두었다가 김 교수에게 연출을 맡긴 작품이기도 하다. 「교황청의 지하도」「어머니」에 이은 '2001 토월연극 시리즈' 마지막 작품. 김 연출자는 "이 작품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운명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며 "장자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시간 월-목요일 오후 7시 30분, 금-일요일 오후 3시 30분.7시 30분(17일 오후 3시 30분, 9일 공연없음)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