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공화랑에서 9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한국화가 박소현(울산대 객원교수)씨의 작품은 전통 수묵채색의 관념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꽃과 대","꽃과 꽃"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수묵담채에 어울릴 것같지 않은 금분을 사용해 어떻게 보면 유치할 정도로 장식적이고 거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동양화가 갖고 있는 여백의 미라던가 농담기법들이 거의 무시돼 있다. 1백호이상의 큰 화면에 가득찬 환상적인 꽃들과 대나무 매화 등 대상들은 자연에서 쉽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주관적인 시각에 의해 조작된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의 그림은 단순하면서 소박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은 작가 스스로의 표현처럼 어떤 이념적인 것을 전달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수묵화의 운필 기법은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를 구사함으로써 낯설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홍익대 겸임교수)씨는 "대상을 통해 자유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조선시대 민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26일까지.(02)735-993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