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이 나오도록 아름다운 여자가 앉아있었다. 꿈꾸는듯 반짝이는 눈동자,입가에 감도는 달콤한 미소,빚어낸듯 매끄럽고 육감적인 몸의 선.대로변 카페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있던 김혜수(31)는 시선을 거두기 힘든 매력으로 공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바라만봐도 행복해질만큼 아름다운 이 축복받은 여배우가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난다.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대박을 터뜨렸던 김상진 감독의 신작 "신라의 달밤"의 여주인공 민주란역."닥터K"이후 3년만의 영화출연으로 깡패와 선생이 되어 만난 옛친구 차승원 이성재가 그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두 남자의 우정과 사랑을 소재로 한 유쾌한 코미디예요. 주란이는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법한 보통 여자인데 아주 활달하고 털털하고 소박해서 사랑스러워요" 여배우 기근을 외치는 충무로에서,그의 존재감이나 연기력에 비출때 스크린에서의 활동은 의아할 정도로 뜸했다. "영화욕심이야 늘 있었죠.배우로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니까. 우리 영화 장르나 캐릭터도 다양하고 풍요로워진만큼 본격적으로 욕심을 내볼까 합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른 스크린 컴백작.두 남자가 축이 되어 끌고가는 "신라..."에서 그가 출연하는 장면은 4분의1 정도다. "작품을 혼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영화.하지만 의미있는 영화,내가 유쾌하게 일하고 또 관객들도 부담없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시나리오도 재미있었구요" 그렇다고 해도 비중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닌가. "분량만 보면 그렇게 보이려나?하지만 극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는 할수 없어요. 촬영후에 느낀건데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그게 사실 정말 어려운데,그런 배우가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캐스트 어웨이"에서 헬렌 헌트처럼.몇장면 나오지 않아도 내내 작품속에 존재하잖아요" 그는 "신라..."가 여름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맞서는 유일한 한국영화라는데 별 부담이 없어 보였다. "관객들이 우리 영화 많이 아끼잖아요. 한국영화끼리 싸우는것 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성격이 확실히 다르니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기도 하구요" 중3에 연예계에 데뷔했던 소녀스타는 데뷔한지 17년이 지나,어느덧 서른을 넘겼다. "글쎄,서른살이라고 특별한 느낌은 없어요.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됐다는 점이 달라졌을까?엔터테이너와 연기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연기경력과 연륜은 다른 것이라는 생각,좋은 사람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만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그 순도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들이 들곤 하네요" 듣던대로 말이 정말 청산유수다. 얄미울 정도로 거침없고 다듬어진 대답들. "생각하는 바를 가장 정확한 언어에 담아 표현하고 싶을 뿐"이라는 그는 "가지고 있는 것을 억지로 감추지 않고,없는 것을 있는 척 하지 않는 좋은 사람,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매혹적인 미소를 띄웠다. 영화는 26일 개봉예정. 글=김혜수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