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선 "친구"가 신기록 행진중이지만 대학로에서도 조용히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주인공은 연극계의 "흥행배우" 이도경(48)씨.그가 대학로 이랑씨어터에서 연출하고 공연중인 연극 "용띠위에 개띠"(이만희 작)는 오는 26일 꼭 1주년을 맞는다.

1차공연(97년 9개월)까지 더하면 21개월째 장기 공연.개인적으로는 모두 1천3백7번의 공연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앞서 창작극 사상 최장기 공연(3년6개월)이었던 "불 좀 꺼주세요"(이만희 작)에서 자신이 세운 "배우 1인 최다 공연 기록(1천1백14회)"을 벌써 넘어섰다.

장기공연의 일인자로서의 명성을 유감없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별일이 다 있었지요. 매일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것도 일이지만 지난 1월엔 위암걸린 동생이 죽었는데 무대에 서느라 임종도 지키지 못했고.뭐,예전엔 딸을 중환자실에 넣어놓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에도 남들을 웃기는 연기를 했는걸"

어디 그것 뿐인가.

지금은 주초 이틀을 쉬지만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월요일 하루 빼곤 매일 무대에 섰다.

그통에 10년전에 다친 무릎이 도져 요즘은 병원신세를 지고있다.

"저녁 공연후 밤새 쑤셔대는 무릎을 다음날 아침 양방,한방,특수클리닉을 돌면서 다스린후 저녁에 무대에 오릅니다. 공연할때는 신기하게 통증이 가신다니까요"

"용띠..."는 이씨가 지난해 직접 문연 이랑씨어터의 개관기념작.내기를 좋아하는 별난 부부가 아웅다웅하며 사는 모습을 그린 코미디로 우리네 인생이 유머있고 눈물겹게 녹아있다.

사랑티켓 순위 1등을 달리며 연극계의 불황속에서도 드물게 인기몰이를 멈추지 않는 화제작.평균 관객연령이 통상 연극(23세 안팎)보다 월등히 높은 32세에 이를 정도로 중.장년층에게까지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씨는 "우리 연극이 사랑을 되찾아 주기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공연장을 찾았던 40대 남편은 "아내에게 정말 잘해야겠다"는 편지속에 안주값을 아껴 넣었다는 3만원을 담아보냈고,연극을 보고난 한 여대생은 결혼식을 못올린 부모님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이랑씨어터 식구들은 얼마후 그 부부를 초대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공연후 두 사람을 무대로 불러 조촐한 결혼식을 치러준 것.

중년부부는 눈물을 펑펑 흘렸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호했다.

이러한 관객들의 사랑과 호응이 그를 무대에 계속 세우는 힘이다.

그의 진가를 널리 알린 작품은 "불좀..."이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용띠".바로 자신의 가정을 모델로 삼은 작품이어서다.

열두살 아래인 아내는 여고 시절부터 그의 공연을 쫓아다닌 열성팬.나이많고,직업이 연극배우인 사위인데도 되려 처가에서 결혼을 서둘렀다고 한다.

"남들은 다 나보고 도둑이라지만 분명히 내가 찍힌 것"이라며 껄껄 웃어대는 이씨에게서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유머연기가 떠오른다.

이만희씨는 그런 그에게 "코미디의 반박자를 아는 배우"라 했던가.

찰라의 순간을 잡아채 웃음보를 터뜨리는 코미디 연기의 달인.하지만 정작 이씨는 비극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다들 코미디가 제격이라지만 내 속엔 악역에 가까운 성격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한 번도 안 웃기고 할 수 있다니까"

그러나 어찌할까.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것을.공연은 수~금요일 오후 7시30분,토요일 4시30분 7시30분,공.일요일 3시30분,6시30분.월화 쉼.

글=김혜수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