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풍경''

오는 24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전시회를 갖는 주태석(47·홍익대 교수)씨는 숲 나무 등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사진같은 이미지로 담아낸다.

이번 전시회는 서울에서 9년 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자연·이미지''를 주제로 한 40여점의 작품을 내놓는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주씨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15회의 개인전을 가진 중견작가다.

고영훈 이석주 지석철과 함께 국내 극사실회화 4인방으로 꼽힌다.

고씨를 뺀 나머지 3명은 공교롭게도 이름에 돌 석(石)자가 들어 있어 미술계에선 ''삼돌이''로 통한다.

주씨의 작품은 얼핏보면 나무와 숲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처럼 보인다.

사진의 ''아웃 포커스(Out Focus)''기법을 이용,화면에 클로즈업된 나무는 세밀하고 리얼하다.

일상의 자연을 그대로 모사(模寫)한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진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배경 화면을 자세히 보면 숲의 풍경은 과감하게 무시되거나 흐트러져 있다.

나무의 그림자나 숲 군집을 이루는 잎들의 실루엣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나무 그림자나 원근을 표현하는 데 동원한 피스작업(기계에 물감을 넣고 스프레이식으로 뿌리는 작업)과 녹·청 등 단색조의 화면은 부드러운 질감 및 현대적인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클로즈업된 자연이 실재로서의 자연이라면 배경화면은 작가가 관념적으로 만든 자연이다.

실재의 자연,작가가 주관적으로 왜곡시킨 자연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서로 대비시킴으로써 작가는 극적인 긴장감을 화면에 부여하고 있다.

"묘사하면 할수록 멀어지고 다가가면 갈수록 아득해지는 게 자연이다"는 작가의 말처럼 관념적인 자연을 통해 어쩌면 자연 자체보다 더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려고 한 듯 하다.

이런 점에서 그는 20여년 이상 고집해 온 ''극사실주의 작가''라는 범주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묘사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대표작인 ''기찻길''연작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는 극사실주의 작품이라면 80년대 후반부터 제작해 온 ''자연·이미지''연작은 ''일상의 다시 보기''인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자연을 개성적으로 해석하고 자기 방식대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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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