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여류작가 홍정희씨가 19일부터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18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97년 런던 로고스갤러리 전시이후 5년만에 갖는 전시다.

"열정"(passion)을 주제로 색채감이 돋보이는 평면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미국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미시간대 미대에서 연구했다.

1997년 석주미술상 수상작가다.

그의 회화에는 강한 기운이 감지된다.

폭발하는 활화산의 분화구같이 분출되어 나오는 색의 덩어리들이 화면 전체를 뒤덮는다.

질감의 농도는 혼돈의 무질서로 보여질 정도로 격렬함을 동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해 온 "탈아"(脫我)라는 제목에서 벗어나 "열정"으로 바뀌면서 한층 절제되고 완숙해진 색면의 추상세계를 보여준다.

색채도 전에 비해 훨씬 강해졌다.

빨강 노랑 보라 등 다양한 원색을 동원했다.

작가는 "갈수록 환경이 삶에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복잡한 매체 실험작들이 등장할 수록 순수 회화로 복귀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설명한다.

그는 마티에르(질감)를 중요시 여기는 작가다.

물감 바탕에 톱밥을 섞은 물감으로 덧칠함으로써 두터운 질감효과를 드러낸다.

유준상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화면에 드러나는 색은 작가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응어리같은 색의 지면"이라며 "이런 점에서 그는 색의 연금사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했다.

5월 2일까지.(02)542-5543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