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영방송사들의 SBS 프로그램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8개 지역 민방 가운데 경인방송(iTV)을 제외한 7개 민방들의 SBS 프로그램 의존도가 80%대를 넘나들고 있다.

대전방송(TJB)의 경우 84.2%(2000년 봄 기준)로 가장 높은 편성비율을 보였다.

이는 30∼40%의 자체프로그램 편성으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설립당시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는 지역민방의 특정 방송사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낮추고 자체편성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지역 민방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통합방송법은 민영 지상파방송사가 특정 방송사업자의 제작물을 일정 비율이상 편성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방송위는 매년 50∼85% 범위내에서 해마다 편성비율을 고시해왔다.

방송위원회는 지난해 80%로 제한했으나 올해는 부산방송 대구방송 광주방송 대전방송 등 1차 지역민방은 70%,나머지 민방은 75%로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민방들의 특정 방송사에 대한 의존도를 50%까지 순차적으로 낮춘다는 게 방송위의 구상이다.

이에 대해 대전방송 홍춘기 위원장은 "경기악화로 광고수입이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진 데다 인력이나 제작여건 등이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서 자체 편성비율을 올리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민방의 주장에 대해 방송계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편의적이라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민영방송사간 프로그램 교류와 iTV프로그램 활용,공동제작 등을 통해 특정방송사의 편성비율을 낮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방사업자들이 SBS의 지역민방 네트워크 전략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대로라면 지역 민방의 설립취지와 달리 KBS지방총국이나 MBC 계열사와 하등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방송위 정책국 백남형 부장은 "지역민방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특정 방송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문제"라며 "편성비율이 고시되면 6개월간의 계도과정을 거친 후 과태료 부과와 같은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위는 문화관광부와의 협의를 거쳐 3월중 편성비율을 고시할 예정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