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출신인 장학맹(75) 할아버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장개석 휘하의 군인이었던 장 할아버지는 국민당이 본토에서 철수하자 잠시 피란할 요령으로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후 55년, 3대째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김치없이 살 수 없는 한국토박이가 다됐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화교로 살아가는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KBS2TV ''인간극장''(연출 노홍석, 오후 8시45분)이 오는 5∼9일 방송하는 ''화교3대, 장씨네 이야기''는 장학맹 할아버지 3대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화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극히 제한돼 있다.

중국집 한의원 약국이나 대만 등과의 무역업 정도가 고작이다.

대학에서의 전공과 무관하게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직업이다.

장씨네도 종로구 청진동에서 35년째 중국집을 해오고 있다.

일선에서 물러난 장 할아버지는 셋째아들 장경문씨에게 가게를 물려줬다.

1세대 화교와 달리 2세대들은 자녀들의 교육과 가족들 때문에 고민이 더 많아졌다.

장경문씨도 점점 소원해진 가족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다.

이런 아들을 두고 장 할아버지는 권위 없는 가장이라 꾸짖는다.

포장업을 하는 둘째 내외도 딸 셋을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

할아버지 부모 세대들과 달리 화교 3세대에게는 대학진학도 문제다.

둘째네 장녀 혜영이는 결국 대만대학을 택했다.

방학을 맞아 한국집을 찾은 혜영이는 동생들의 진로에 대해 어떤 충고를 해줄 수 있을까.

''인간극장''은 장씨 3대가 빚는 갈등과 고민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화교들만이 겪는 애환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