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 악기들이 서로 다투는 것 같다.

말이 좋아 대위법이지 조금 비틀어 생각하면 대위법만큼 혼란스러운 것도 없다.

그래서일까.

각 음역을 맡은 악기들을 따로 떼어내 보면 예상치 못한 매력이 발산된다.

대표적인 예가 ''베를린필 12 첼리스트''같은 첼로앙상블.

''스리테너''도 결국 같은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면 국악에서도 이런 새로운 연주형태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가야금앙상블 사계와 해금연주자 변종혁이 던진 문제의식이다.

이들의 참신한 발상이 연말 국악무대에 잇달아 오른다.

오는 14일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가야금앙상블 사계의 송년음악회와 1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을 찾는 변종혁의 ''이현(二絃)의 사랑''이 그것.

각각 ''4대의 가야금과 8개의 손,1백개의 줄'',''49대의 해금,98개의 현''이란 숫자가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잠깐,4대의 가야금이 1백개 줄이라면 가야금 하나는 25줄? 그렇다.

사계가 주로 연주하는 악기는 전통적인 12현 가야금이 아닌 25현의 개량 가야금이다.

25현을 기본으로 하되 전통 가야금과 17현,21현,저음 22현 등 개량 가야금을 필요에 따라 섞어쓰고 있다.

사계가 추구하는 ''가야금 4중주''란 연주형태도 국악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서양의 현악4중주처럼 가야금이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같이 각각 음역을 나눠 연주한다.

창단된 지 1년밖에 안된 국악실내악단이 음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치깨나 있는 사람들은 이들이 연주하는 곡도 뭔가 남다를 거란 생각을 할 것이다.

정말 그렇다.

전통 국악은 물론 현대 창작국악,클래식,대중음악으로까지 레퍼토리를 넓혀가고 있다.

송년음악회에서 연주할 6곡에는 바흐 ''토카타와 푸가'',피아졸라 ''망각'',밴드 어어부프로젝트의 장영규가 작곡한 ''하루'' 등이 들어있다.

멤버 중 한사람인 조수현씨는 "가야금의 매력을 국악과 멀어진 현대인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02)557-4052''이현의 사랑''은 중견 해금연주자 변종혁이 꾸미는 해금을 위한 음악회.''해금과 하프를 위한 천만세''(박일훈 작),실내악단과의 협연무대인 ''해금을 위한 얼''(이병욱 작) 등을 연주한다.

이중에서도 역시 눈길을 잡아끄는 건 ''해금협주를 위한 해금합주곡-가을비가 첫눈 되어''.

변종혁이 솔리스트로 나와 48명의 해금연주자들과 협연하는 곡이다.

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하는 해금이 아니라 해금과 협연하는 해금연주회인 것이다.

물론 48명이 모두 전통 해금은 아니고 개량악기인 저음해금과 아쟁도 일부 편성했다.

변종혁씨는 "해금 고유의 애절한 음색뿐 아니라 웅장한 소리도 만들어내는 해금의 가능성에 나부터도 놀랐다"며 "즐겁고도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02)2272-2152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