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고서 전문가인 딘 코소(조니 뎁)는 돈에 양심을 판지 오래다.

악마가 직접 집필했다는 기도서 감정을 의뢰받은 그는 남아있는 다른 두 판본을 찾아 유럽으로 떠난다.

책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소유주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코소는 책속에 악마를 만날 수 있는 아홉번째 문에 들어가는 방법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나인스 게이트(The 9th Gate)"는 폴란드 출신의 명장 로만 폴란스키가 내놓은 5년만의 신작이다. 악마를 숭배하는 "사타니즘"을 뼈대로 했다는 점에서는 그의 걸작 "악마의 씨"(1968)와 유사하다.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쥐가 빚어낸 어둡고 몽환적인 영상은 램브란트 유화같은 독특한 질감과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을 넘나드는 무대는 고풍스럽고 신비하다.

"비터문"의 히로인 엠마누엘 자이그너는 악마적 분위기를 더한다.

음악을 맡은 보이치에크 카일라의 음산하고 날카로운 선율은 긴장감을 팽팽히 당기고 엔딩곡으로 삽입된 조수미의 아리아 "보칼리제"는 전율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악마주의 영화의 교본이 된 "악마의 씨"를 비롯해 감독의 여러 대표작들에 비하면 이야기는 아무래도 힘이없다.

뭔가 있어 보이던 수수께끼는 알고보면 별스럽지 않아 허탈하다.

특히 기괴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2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주어지는 결말은 난데없고 생뚱같다.

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