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화백).

그는 정규대학에서 미술수업을 받지 않고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독창적 예술세계를 이룩한 한국화단의 거목이다.

국내 생존 서양화가로는 최고의 반열에 올라설 정도로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특히 강렬하고 선명한 원색의 점과 선을 생동적으로 표현, 많은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이씨가 팔순을 맞아 26일부터 10월10일까지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기념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95년 이후 작업해온 최근작 50여점이 출품되며 1천호짜리 대작 3점도 포함된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이씨의 작품들은 무수한 원색의 점과 선으로 이뤄져 찬란한 빛의 소나기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그가 즐겨 채택하는 과일나무가 있는 ''농원''시리즈와 연못풍경은 반복적이면서도 변화있는 구도로 생동하는 맛을 내고 있다.

다양한 색상들은 한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고 여러번의 붓질로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다운 색감을 내고 있다.

시골 농원 일대에서 그린 것으로 보이는 야산과 보리밭,눈부시게 꽃핀 과수들,모정이 있는 작은 연못가 등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향토적 정감이 묻어난다.

특히 갖가지 색상으로 나타나는 나무는 생생한 ''빛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가 나무를 즐겨 그리는 것은 성장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경기도 파주 고향집에 있었던 과수원의 나무들은 성장 후 그의 그림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일본의 다데하다 아기라 다마미대 교수는 "과수원에 내리쬐는 빛은 나무들을 성장시키면서 동시에 고귀한 감수성을 지닌 화가를 성장시켰다"고 평했다.

프랑스 미술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이대원은 빛을 그린다기보다는 데생한다"며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그의 나무그림은 한국 수묵화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제2고등보통학교(경복고 전신) 재학시절인 17세 때 조선미술전에 입선하는 등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나타냈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미술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경성제국대학 법학부(서울대 법대)에 진학,법학도가 됐으나 결국은 화가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지금도 매일 한시간씩 수영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루 5∼6시간씩 작업에 몰두한다.

이씨는 자신의 그림인생을 결산하는 화집도 낸다.

홍익대 미술대학장과 총장을 지냈으며 예술원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02)734-6111∼3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