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프랑스 출신 루이스 부르주아(89)의 작품이 오는 11월5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린다.

이번 전시에는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설치작품 등 모두 62점이 출품돼 그의 다양한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페미니즘,보디아트(Body Art),설치미술 등 현대미술과 연관되는 그의 작업들은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에게도 커다란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르주아는 뉴욕 ''아트뉴스''지가 20세기를 보내면서 선정한 ''생존하는 세계 10대 작가''에 뽑힌 대표적 여성미술가.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성적 욕망과 쾌락,사랑과 고통,소외와 고립 등 그가 직면했던 삶의 다양한 국면들을 작품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또 페미니즘 미술의 선구자답게 역사적,문화적 특수성 속에서 여성이 처한 억압적 상황을 표출하고 있다.

부르주아의 작품세계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관계에서 출발한다.

호색꾼인 아버지,조용하고 인내심 강한 어머니,성적으로 문란한 언니,가학취미의 남동생을 가족으로 둔 그는 어려서부터 인간심성과 성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의 작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이유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체험적 경험들을 생생하고 진솔한 방식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1940년대와 50년대 작업은 고향에 대한 향수병으로 가족 친지들을 의인화한 기하학적이며 수직적 형태의 나무조각들을 주로 제작했다.

이 시기에 회화,드로잉으로 제작한 ''집=여자''시리즈에는 그가 뉴욕으로 이주한 후 관심을 두었던 여성의 억압과 해방문제가 잘 드러나있다.

60년대 들어 그의 조각들에는 신체의 성적 이미지들,특히 남녀의 섹슈얼리티가 통합된 양성 이미지들이 흥미롭게 표현되고 있다.

남녀 생식기가 적나라하게 결합된 ''개화하는 야누스''는 이 시기의 대표작품이다.

70년대초부터 그는 각종 시위나 토론회,전시회 등을 통해 여성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성 문제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더욱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7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아버지의 파괴''는 여성의 유방과 발기된 남근들 여러개를 설치,남녀간 성의 대립을 부각시키고 있다.

80년대에도 ''나선형의 여인''''다리'' 등 인체형상으로 작가 내면의 심리적 상태를 드러낸 작품들이 여러개 등장했다.

90년대 들어 국제화단에서 그의 지명도는 더욱 확고해졌다.

나이 여든이 넘은 노예술가지만 리옹 비엔날레와 베니스 비엔날레 등 유명 국제전에 잇달아 출품하고 세계 각국에서의 회고전도 계속 개최하는 등 뜨거운 창작열을 불태웠다.

''밀실''시리즈를 완결한 것도 바로 이 시기.그는 30여개로 제작된 이 ''밀실''시리즈에서 보호와 억압을 동시에 상징하는 ''집''의 개념을 유지하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를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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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