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지상파 방송3사가 일제히 디지털TV 시험방송에 들어간다.

그러나 재원문제와 전송방식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디지털방송이 본궤도에 올라서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5배나 향상된 화면과 CD수준의 음질을 즐길 수 있다''는 디지털TV 방송을 위해 방송사들은 올해까지 HD(고선명)카메라 중계차 등을 구입하는데 9백여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방송사들은 ''정부의 방침이라 마지 못해 따라간다''는 인상이 짙다.

시험방송을 시작하는 방송3사의 HDTV 편성시간은 통틀어 주당 10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KBS의 경우 ''HD 아워''를 마련,''남도기행'' 등의 다큐멘터리성 프로그램을 디지털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지만 방송시간은 하루 1시간에 불과하다.

MBC는 이보다 훨씬 적은 월 2시간.

디지털방송용으로 미리 제작해둔 ''베스트 극장''을 내보낸다.

KBS와 MBC에 앞서 오는 31일부터 스포츠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험방송을 시작하는 SBS의 HDTV방송시간도 주당 2시간 수준이다.

방송사 관계자는 "총 2조3천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아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보통신부와 방송기술인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전송방식도 디지털방송의 조기정착을 가로막는 요인.

삼성 LG 대우 등 가전 3사가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디지털 수신기의 전송방식은 미국식인 ATSC방식.방송기술인연합회와 시청자연대회의는 이 방식이 수신능력에 이상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1백만원이 넘는 ''셋톱박스''나 3백50만원 상당의 디지털TV를 구입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장비를 고가에 구입할 시청자가 과연 몇명이나 될것이냐"며 의문을 나타냈다.

정통부는 오는 2001년에는 본방송을 실시하고 2002년부터 수도권,2003년까지 광역권으로 확대한 후 2010년에는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손발이 맞지않은 디지털방송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