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펙트는 ''말러평전''(1905년)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은 최초의 3부작인 1∼3번과 제2의 3부작인 5∼7번 사이의 간주곡 역할을 하고 있다"고 썼다.

1∼3번은 후기낭만파 정신이 최고도로 고양된 작품인 데 비해 5∼7번은 현대적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4번은 이같은 사조의 변천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말러의 제자인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1번에서는 격렬한 감정을 수반한 주관적 체험을 나타내려 한 데 비해 2번부터 4번까지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음악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하지만 그 해답은 각각 다른 입장에서 찾고 있다.2번은 비극적 인간 존재의 의미에 물음을 던지고 3번은 만물을 창조하고 길러내는 것은 전능한 사랑이라고 전한다.4번에서는 밝고 드높은 천상적 생활의 꿈속에서 쉬려고 한다"

실제로 말러 교향곡 4번은 밝고 아름다우며 편성이 간결한 곡이다.

10개의 말러 교향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고 애호되는 것도 이 때문.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곡을 연주할 부천필하모닉도 이미 두 번이나 공연한 바 있다.

부천필의 말러 4번 연주회는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의 세번째 무대.

복잡하지 않은 구성의 곡인 데다 말러 4번 하면 최고로 쳐주는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가 협연한다.

이 정도면 연주회의 성공은 불보듯 뻔한 게 아닌가.

임헌정 부천필 상임지휘자는 "4번이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천상의 평온한 삶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은 역설적이고 이중성이 강한 작품"이라며 "말러가 얘기하려고 하는 심연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또 좋은 연주조건이 형성됐다고 해도 말러 교향곡 10개가 하나의 교향곡처럼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올해 62세인 에디트 마티스는 바흐 모차르트에서 브람스 말러에 이르는 독일음악에서 진가를 발휘해온 소프라노.

절제된 아름다움과 정교한 표현,탄력있는 음색 등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평이다.

특히 번스타인 카라얀 등과 협연한 말러 교향곡 4번 음반은 최고의 명반으로 분류된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모차르트의 모테트 ''엑슐타테 유빌라테(춤추라 기뻐하라 행복한 넋이여)''도 부를 예정이다.

(02)580-1300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