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사상 처음으로 극장개봉될 북한영화 "불가사리"는 기대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는 나라가 흉흉할때 괴수 불가사리가 나타나 나라안의 쇠를 죄다 먹어버렸다는 고려민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신상옥 감독이 연출도중 서방으로 탈출해 미완성으로 남아있다가 북한 감독 정건조가 85년 완성했다.

배경은 고려말기.조정의 폭압이 극에 달하고 이름난 대장장이 탁쇠에겐 농기까지 거두어 무기를 만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몰래 농민들을 돕다 들킨 탁쇠는 옥에 갖혀 가혹한 고문을 당한다.

죽기전 그는 밥알로 불가사리를 빚어 민초들을 구해줄것을 염원한다.

불가사리는 탁쇠의 딸 아미의 피를 받아 살아있는 생명체로 화한다.

닥치는대로 쇠를 먹어치우며 자라난 불가사리를 앞세워 농민들은 관군에 대항한다.

요즘 감각으로는 연기가 촌스럽고 그래픽 합성역시 엉성하고 조악하다.

하지만 15년전 제작된 작품임을 감안하면 흠잡기는 어렵다.

광활한 대지에서 벌어지는 관군과 농민 반란군간의 스펙터클한 전투씬에는 1만3천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특히 불가사리는 데굴데굴 굴리는 눈동자나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퍽 귀엽다.

불가사리의 인간미가 호응을 얻으면서 95년 일본 도쿄의 키네카 오모리 소극장에서 상영될 당시 개봉 8주만에 1만3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같은 극장에서 동시 개봉됐던 할리우드 "고질라"관객의 세배에 달한 수치다.

영화시작전 올라가는 타이틀에 "시나리오"대신 "영화문학"이라고 적힌 것도 눈길을 끈다.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