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오페라단중 하나인 러시아 볼쇼이오페라가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25-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국내 초연한다.

오케스트라 발레단 등 3백여명,컨테이너 5대분량(15t)의 무대 등 프로덕션 전체를 가져와 공연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1989년 무소르그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에 이은 두번째 내한무대.

그러나 첫 내한공연에 비해 훨씬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스페이드의 여왕"이 뭐니뭐니해도 볼쇼이가 자랑하는 최고의 작품이기 때문.

다이내믹한 극적 구조에 아름다운 서정성이 담긴 차이코프스키의 저력이 숨쉬고 있는 작품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대표적 교향곡인 4-6번이 한꺼번에 녹아있는 듯 하다.

특유의 고음에서 떨어지는 모티브와 슬프고 애조띤 멜로디가 귀에 와 닿는다.

멋진 발레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상트 페테르스부르그의 마린스키극장에 비해 더 화려하고 장대한 무대도 관객을 사로잡을 것 같다.

지휘는 볼쇼이극장 음악감독인 마르크 에름레르가 맡는다.

올해부터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로도 활동을 시작해 더욱 눈길을 끈다.

주인공인 게르만과 리자는 더블캐스팅됐다.

그중 테너 세르게이 타라쉔코(게르만 역),소프라노 마리아 가브릴로바(리자 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다 현재 볼쇼이오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가수들이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1막짜리 "욜란타"를 제외하면 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오페라.

"제5 교향곡"을 발표한 뒤 2년 뒤인 1890년에 작곡돼 오페라 작곡가로서도 원숙한 경지에 올라선 시기의 작품이다.

러시아문호 푸시킨의 동명 단편소설을 기초로 동생인 모데스트 차이코프스키와 함께 대본을 직접 집필했다.

모두 3막,총 3시간이 걸리는 대작.

원작에서는 게르만이 세 카드의 비밀을 알아내 사랑과 부를 동시에 거머쥐려는 야심가로 나온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는 그의 사랑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캐릭터로 변신시켰다.

마지막에 리자와 행복하게 살게 되는 스토리도 리자와 게르만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으로 바꿔놓았다.

게르만의 캐릭터를 조금 비틀었더라도 리자의 사랑을 차지하게 놔두기에는 게르만의 냉혹함이 싫었던 것 같다.

무대는 18세기말 페테르스부르그.

볼쇼이오페라의 주요 레파토리는 러시아와 이탈리아 작곡가들 작품.

지난해 푸시킨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해서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금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보리스 고두노프",차이코프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 "스페이드의 여왕"등을 무대에 올렸다.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아이다" "돈 카를로",푸치니의 "라보엠" "토스카" 등도 자주 공연한다.

최근에는 예브게니 네스테렌코(베이스) 이리나 아르히포바(메조) 주라브 소트킬라바(테너)가 볼쇼이를 빛낸 가수들로 유명하다.

(080)370-0088

장규호 기자 seinit@ hankyung.com